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 압사 사고 당시 누군가 고의로 밀었다는 증언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3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는 당시 인파 속에 끼어 있다가 가까스로 탈출한 생존자 A씨가 출연했다.
A씨는 “네다섯 명 남성과 여성분이 ‘밀어라’ 이런 말을 시작했다”고 증언했다.
온라인상에는 당시 해밀톤 호텔 옆 상황을 고스란히 담은 영상도 공개돼 이런 증언에 힘을 실었다.
사람들이 빽빽이 들어찬 상황에서 일부 사람이 깔리자 주위 사람들은 뒤로 물러서라는 의미로 “뒤로! 뒤로”라고 소리를 쳤다.
하지만 경사로 위에서는 여전히 “밀어! 밀어”라고 말하는 모습이었다.
현재 이태원 압사참사를 피한 생존자나 주변 목격자들 사이에서는 “밀어! 밀어!”라거나 “우리 쪽이 더 힘세 밀어” 등의 말이 나오면서 순식간에 대열이 내리막길로 무너졌다는 증언이 다수 나오고 있다.
A씨는 “실제로 들었다”며 “네다섯 명이 밀어, 밀어를 시작했고 주변에서 그 말을 따라 하고 미는 압박이 더 강해졌다”고 전했다.
이어 “뒤에서 ‘밀어, 밀어’ 이렇게 외치고 있으니 노랫소리도 크고 앞쪽에 있는 많은 분들은 ‘뒤로, 뒤로’를 못 들었던 것 같다”라며 “비명소리가 들렸는데 사람들이 신나서 더 (소리를) 지르는 줄 알고 더 밀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내가 장난으로 밀어서 이렇게 됐다”고 주장하는 누리꾼도 등장했다.
실제 온라인상에 공유된 사고 직전 영상을 보면 당시 이태원 거리에 사람들이 붐비긴 했지만 비교적 원활하게 통행하고 있다.
그러다 갑자기 내리막길 위쪽에서부터 사람들이 한꺼번에 밀리기 시작했다.
이 같은 밀림 현상은 영상에서 2~3차례 반복되면서, 사람들이 상점으로 힘겹게 탈출하는 모습도 담겼다.
경찰청은 30일 이태원 압사사고 관련해 총 475명 규모로 구성된 수사본부를 꾸렸다.
현재 경찰은 해밀톤 호텔 근처 CCTV 영상과 SNS에 게재된 사고 당시 영상을 다수 확보해 분석하며 상황을 재구성하고 있다.
주변 상인이나 사고 현장에 있던 시민 등 목격자들을 상대로 최초 사고 발생 지점, 이후 상황 전개 과정 등도 세밀히 확인할 계획이다.
증언이 사실이라면 고의로 밀기 시작한 이들은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염건웅 유원대학교 경찰소방행정학 교수는 “자발적으로 모여 있던 인파였기에, 특정 업체나 개인 또는 지자체에 사고 책임 대상을 특정하기는 곤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원 압사 사고로 인한 인명피해는 31일 오전 기준 사망자 154명, 중상자 33명, 경상자 116명 등 총 303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