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대 졸업생이 시험을 앞둔 후배들을 위해 훈훈한 이벤트를 진행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기말고사 기간이던 지난달 14일 한국외대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사랑하는 후배님들 시험 잘 보십쇼’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졸업생이라고 밝힌 작성자 A 씨는 댓글로 버킷리스트를 단 학생 3명에게 기프티콘을 나눠주겠다고 밝혔다.
해당 사이트는 주로 재학생들이 학점, 취업 등 정보를 주고받거나 미래에 대한 걱정과 불안을 털어놓는 공간이다.
학생들은 속는 셈 치며 하나둘 댓글을 달기 시작했다.
해당 글에는 등록 시간인 오후 10시 2분부터 A 씨가 제시한 마감 시간인 오후 11시까지 수십 개의 댓글이 달렸다.
‘우울증에서 벗어난 온전한 나 되기’, ‘아버지처럼 멋진 사람 되기’, ‘지금 순간을 행복해하기’, ‘우리 엄마 그럴듯한 집에서 살게 해주기’ 등 각자의 버킷리스트가 200여 개 달렸다.
A 씨는 다음 날 오전 4시까지 응원의 댓글을 하나씩 달아줬다.
또 예정된 시간까지 글을 올린 학생 74명 모두에게 총 50만 원 상당의 커피 기프티콘을 보냈다.
24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2013년 외대를 졸업한 A 씨는 작년부터 에브리타임에서 ‘키다리 아저씨’ 역할을 하며 형편이 어려운 학생을 돕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기프티콘 구매에 쓴 비용만 100만 원 정도다.
직접 만나 용돈을 주거나 고기를 사줬던 것까지 합치면 약 400만 원을 지출했다.
또 A 씨는 지난해부터 세 차례에 걸쳐 1700만 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자신을 ‘꼰대’로 칭한 A 씨는 대학 시절 극단적인 선택까지 생각할 정도로 경제 사정이 어려웠다고 한다.
그는 지금도 어딘가에서 힘들어하고 있을 후배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 싶어 나눔 활동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번 여름방학을 맞아서는 사정이 어려운 학생들도 여행을 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힘들어하는 후배들에게 작은 희망을 주고 그게 조금씩 퍼져나감으로써 ‘그래도 아직 살만한 세상’이라는 것을 알게 해주고 싶었다”라는 A 씨.
그는 “제가 부유하지도 않고 ‘내 코가 석 자’이지만 이런 걸 하는 이유”라고 전했다.
한편, A 씨 글은 이후에도 계속해서 자신의 버킷리스트를 알리는 재학생들의 댓글이 이어지며 높은 관심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