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서구 검단신도시에 짓고 있는 일부 아파트 공사가 왕릉 경관을 가린다는 이유로 공사 중단 조치를 당했다.
지난 8일 인천 서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문화재청은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지난 6일 인천시 서구 검단신도시에서 아파트를 짓는 대방건설·대광건영·금성백조 등 3개 건설사를 경찰에 고발했다.
해당 건설사가 짓고 있는 아파트 단지 근처에는 세계문화유산인 김포 장릉이 있다.
김포 장릉은 조선 선조의 5번째 아들이자 인조의 아버지인 원종(1580~1619)과 부인 인헌왕후(1578~1626)의 무덤으로 사적 202호로 지정돼 있다.
문화재보호법상 문화재 반경 500m 안에 7층 높이인 20m 이상의 건물을 지으려면 반드시 받아야 할 문화재청 심의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이들 건설사는 해당 높이 이상으로 아파트를 지으면서도 개별 심의를 받지 않았다.
문화재청은 “허가 절차를 어기고 왕릉 근처에 건축물을 지은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아파트들이 ‘왕릉의 조망을 해친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아파트 건물이 높기도 하지만 동 위치도 왕릉 조망을 가린다는 것.
앞서 장릉 쪽으로 200m 더 가까운 곳에 지은 15층 아파트는 최대한 왕릉을 가리지 않도록 방향을 틀어 지은 덕분에 문화재청 허가를 받아 2002년 준공했다.
16일 SBS 뉴스는 관련 소식을 전하며 신축 중인 아파트에 둘러싸인 왕릉의 풍경을 카메라에 담았다.
왕릉 앞은 흉하게 올라온 아파트로 가로막혔고, 왕릉에서 보였던 계양산도 완전히 가려진 상태였다.
김포 장릉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
파주 장릉(인조)과 김포 장릉(원종) 그리고 계양산을 일직선으로 두고, 계양산을 조망할 수 있는 경관과 위치를 무려 조선시대부터 지금까지 계속 유지하며 그 희소성과 보존성에 높은 점수를 받은 덕분이었다.
계양산 경관이 막히게 되면 김포 장릉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요건에 상당한 결격사유가 생기게 된다.
건설사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2014년 아파트 용지를 매각한 인천도시공사가 택지개발에 대한 문화재 현상변경 허가를 받아 문제없을 줄 알았기 때문이다.
또 2019년에는 인허가 기관인 인천 서구청의 경관 심의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인천 서구청이 문화재청과 아무런 상의 없이 건축 허가를 내준 것이 사태를 키웠다.
뒤늦게 사태를 파악한 문화재청은 택지 개발 허가와 별개로 아파트를 지을 때는 별도 심의를 받았어야 했다고 반박하며 건설사 3곳과 서구청을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현재 3개 건설사가 짓고 있는 아파트는 꼭대기 층(20~25층) 골조 공사까지 마치고 내부 마감 작업 중이다.
문제는 건물을 철거하지 않고서는 조망을 가리지 않도록 설계를 바꾸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건설사뿐 아니라 아파트 입주예정자들까지 큰 피해를 입을 수 있어 철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명백한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안 좋은 선례를 남길 수도 있다.
문화재청은 다음 달까지 건설사들의 개선 대책을 받아 재심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