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을 끝으로 ‘마지막 동행’ 마친 여자배구 대표팀 라바리니 감독

By 이서현

올림픽 메달의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후회 없는 도전이었다.

여자배구 대표팀은 올림픽 4강이라는 아름다운 성과를 남기고 피날레를 맞이했다.

이와 함께 사령탑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의 인기도 날로 커지고 있다.

Instagram ‘stefanolavarini79’

라바리니 감독은 배구 선수로 뛰어본 적은 없지만, 누구보다 전술에 해박하다.

항상 작전판을 들고 매의 눈으로 경기를 분석했고, 선수들의 실수에도 흥분하지 않는 냉철한 승부사다.

평소에는 선수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특유의 친화력으로 끈끈한 팀을 만들었다.

[좌] FIVB [우] 연합뉴스
지난달 31일 열린 한일전에서 승리했을 땐 처음으로 코트 세리머니에 뛰어들어 선수들과 어깨동무하고서 기쁨을 만끽했다.

취임 2년 6개월 만에 한국인의 정서에 녹아들었고, 한일전 승리가 주는 기쁨이 남달랐기 때문이다.

2020 도쿄올림픽은 그에게도 첫 올림픽 도전이다.

한국을 택한 것도 김연경이 주장이고, 올림픽에 나갈 수 있는 팀이라는 이유가 컸다.

지난해 1월 올림픽 아시아 최종 예선에서 도쿄행 티켓을 따낸 뒤 “오늘이 내 인생 최고의 날이다. 40년을 이 순간을 위해 기다린 것 같다”며 기뻐했다.

Instagram ‘stefanolavarini79’

그는 올림픽 선수촌에 입소할 때 태극기 사진을 올리며 한국 사랑을 드러냈다.

지난 1일에는 대표팀 선수들이 원을 그리고 있는 사진을 올리며 선수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한국과 브라질의 준결승전에서는 애국가가 흘러나오자 뭉클한 표정으로 태극기를 바라보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탈리아 출신의 라바리니 감독은 지난 2019년 1월 여자배구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됐다.

당시 그는 브라질 클럽 배구팀을 이끌며 한국 대표팀 감독을 병행했다.

현재는 이탈리아 세리에 A1 리그의 이고르 고르곤졸라 노바라 팀의 감독을 맡고 있다.

8일 열린 동메달 결정전에서 작전을 지시 중인 라바리니 감독 | 연합뉴스

이번 올림픽을 끝으로 국가대표팀 감독 계약은 마치게 된다.

누리꾼들은 “누가 감독님 여권 좀 뺏어요” “가지 마세요” “너무 정들었는데”라며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다.

하지만, 아직 아쉬워하기에는 이르다.

대한민국배구협회가 라바리니 감독에게 2022년 항저우 아시안게임까지 여자배구 대표팀을 이끌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회는 도쿄올림픽 본선이 열리기 전에 이미 라바리니 감독에게 ‘재계약’을 제안했다고 한다.

세계 배구 흐름을 잘 읽고, 선수들도 라바리니 감독을 향한 신뢰가 깊어 대표팀을 위해 필요한 지도자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올림픽 마지막 경기를 마치고 다 함께 사진 찍는 여자배구 대표팀 | SBS

아직 계약은 성사되지 않았다. 라바리니 감독은 ‘올림픽이 끝난 뒤, 이탈리아로 돌아가 가족회의를 한 뒤 결정하겠다’고 전했다.

라바리니 감독이 재계약에 합의하면, 세자르 에르난데스 코치, 안드레아 비아시올리 전력분석관 등 ‘라바리니 팀’과도 계약을 연장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