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룰 수 있을 때까지 미루다 후다닥 해치우는 이들을 벼락치기형이라 부른다.
보통 게으르다는 소리를 듣는 게 일상이고 ‘나는 왜 이럴까?’라는 자괴감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은영 박사는 이런 사람들이 게으른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지난 27일 방송된 KBS ‘대화의 희열’에서는 오은영 박사가 출연했다.
KBS 신지혜 기자는 “제가 벼락치기형 인간인데 어른이 되면 좋아질 줄 알았다”라며 고민을 털어놨다.
이어 “항상 일을 미루다가 뒤늦게 처리한다. 초조하고 불안하다”라며 이 악순환을 끊고 싶다고 조언을 구했다.
오은영 박사는 “보통 사람들이 숙제나 일을 미룬다고 하면 게으르다고 생각하는데, 완전히 반대일 가능성이 크다”라고 했다.
이어 “게으른 게 아니라 굉장히 잘하고 싶은 사람이며 잘하고 싶은 기준이 높아서 제대로 못 할 경우 안 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벼락치기형 인간’은 사실 완벽주의자일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였다.
그는 “나중에 제대로 하려고 계속 워밍업만 하니 남들이 봤을 때는 굉장히 늘어져 있을 수 있다”라며 이를 높은 불안과 긴장을 낮추기 위한 의도적 행동으로 분석했다.
이어 “머리로는 해야 하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마지막 순간에 극한의 긴장을 끌어올려서 일을 해치우는 것”이라며 “긴장을 삶의 근원적 에너지로 사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지혜 기자는 “너무 정확하다. 저는 죽음에 가까운 긴장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한다”라고 공감했다.
오은영 박사는 “생존의 마지막 한 방울까지 꺼내쓰기 때문에 굉장히 수행도와 완성도는 높을 것이다”라며 “데드라인을 ‘삶의 선’으로 바꿔야 한다. 순서를 바꾸면 좋지만 쉽지는 않다. 완벽에 대한 기준을 낮추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신지혜 기자는 “게으르다고 나를 채찍질했던 과거의 나에게 미안하다”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벼락치기형’ 누리꾼들은 “나도 저 타입인데 주위에서는 노력 없이 성과 내는 애로 보더라” ” 미루고 미루다가 힘들게 해도 결과물이 좋으니까 반복되는 듯” “말 예쁘게 잘해주신다. 그런데 난 게으른 게 맞음ㅠㅠ” 등의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