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에너지 위기로 요금이 폭등하자 유럽 가정들이 집에 머물던 우크라이나 난민들을 내쫓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현지 시간 11일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헝가리의 시골 마을 노부부 집에 머물던 우크라이나 난민 알리사(16세) 가족은 최근 집주인에게 나가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알리사 가족은 지난 4월, 러시아의 폭격을 피해 우크라이나 하르키우를 탈출해 옆 나라 헝가리에 도착했다.
이틀 동안 호텔에서 머물던 이들은 노부부가 “전쟁이 끝날 때까지 머물러도 좋다”며 집 한 편을 내어주자 거처를 옮겨 지내왔다.
하지만, 최근 헝가리 정부가 에너지 요금을 크게 올렸고 형편이 어려워진 노부부는 결국 이들을 내보내기로 한 것.
알리사 가족은 “집주인 부부는 전쟁이 끝날 때까지 머물러도 된다고 말했지만 지금은 에너지 요금을 낼 형편이 안된다”면서 “아주 공손한 말투로 ‘나가달라’고 요청하더라”라고 전했다.
이런 분위기는 다른 유럽 국가들도 마찬가지다.
지난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다수의 유럽 국가들은 난민을 환영하며 맞아들였다.
유럽인들은 국경이나 기차역으로 달려가 머물 곳을 제공하겠다며 피켓을 들고 우크라이나인들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러나 러시아가 서방 제재에 대한 보복으로 유럽으로 향하는 가스관을 걸어 잠그며 난민을 대하는 분위기도 달라졌다.
가스 가격이 1년 새 10배나 폭등하는 등 유럽 전역이 휘청였고, 유럽인들은 당장 이번 겨울을 어떻게 보낼지 걱정해야 할 상황에 놓이게 됐다.
난민을 돕는 한 자원봉사자는 “더는 손님을 거둘 형편이 안 되는 유럽 가정 사이에서 퇴거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히 난민 수용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폴란드인들조차 최근 설문에서 응답자의 62%가 “우크라이나인 수용에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고 답할 정도로 난민은 이제 부담스러운 존재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