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수도권에 쏟아진 폭우로 피해가 속출하는 상황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다른 사람을 도운 이들이 있었다.
폭우에 고립된 시민을 구해낸 국방홍보원 소속 공무원 표세준(26) 씨도 그중 한 사람이다.
그는 최근 LG복지재단이 수여하는 ‘LG 의인상’의 주인공이 됐다.
지난 8월 8일, 시간당 100mm가 넘는 폭우로 순식간에 물이 불어나면서 지대가 낮은 강남 도로 곳곳이 물에 잠겼다.
이날 오후 9시쯤 서울시 서초구에서 운동을 마치고 귀가하던 표씨는 왕복 6차로 강남역과 교대역 사이 도로 한가운데 고립된 운전자를 발견했다.
성인 키만큼 차오른 수위에 웬만한 차들은 모두 물에 잠겼고, 수위는 계속 높아졌다.
도로 한 가운데, 60대쯤 되어 보이는 여성은 홀로 물에 잠긴 차 트렁크에 위에 올라가 간신히 버티며 “살려달라”고 외쳤다.
여성의 남편은 조금 떨어진 곳에서 “뭐라도 꽉 잡고 있어”라고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당시 엄청난 빗줄기에 차가 급격히 잠기는 상황에서 그는 주저 없이 물속으로 뛰어들어 여성에게 다가갔다.
어린 시절 수영선수로 활동했기에 두려움 없이 몸을 던졌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8차선이다 보니 거리가 상당했고, 발이 닿지 않는 데다 물살도 가팔라서 ‘이제 나도 죽겠는데’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고.
이런 상황에서도 그는 여성에게 주차금지통을 건네 붙잡게 하는 기지를 발휘했다.
이후 한 손으로 그 통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 헤엄쳐 무사히 밖으로 빠져나왔다.
여성을 남편에게 인계한 후 홀연히 사라진 그의 선행은 누군가 영상으로 남기면서 널리 알려지게 됐다.
표씨는 “순간 연배가 비슷하신 어머니가 떠올라 빨리 구해드려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며 “대한민국 공무원으로서 할 일 했을 뿐이며 다음에 이런 상황이 와도 똑같은 선택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당시 ‘남편은 아내를 안 구하고 뭐 했냐’라는 댓글에 마음이 쓰였다고도 털어놨다.
그는 “수영을 못하는 상황에서 그 물 속에 들어가는 건 죽겠다는 거나 다름없었다. 남편 분이 아니라 어떤 분이어도 어려운 상황이었다”라고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