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윳값을 벌기 위해 엄마가 일하러 나간 사이 홀로 남겨진 영아가 숨졌다.
재판부는 “사회도 책임이 있다”라며 이례적으로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26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5월 21일 엄마가 돈을 벌러 나간 사이 혼자 남겨졌던 생후 8개월 A군이 목숨을 잃었다.
당시 A군의 가슴에 놓인 롱 쿠션이 얼굴 위로 옮겨지면서 호흡을 막았다.
엄마는 A군의 젖병을 고정하기 위해 가슴 위에 쿠션을 올려놓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엄마가 집을 비운 지 2시간여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30대 미혼모인 A군의 친모 B씨는 2021년 10월 아들을 출산한 뒤 홀로 돌봤다.
임신 과정에서 낙태 문제로 갈등을 빚었던 가족과는 단절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출산 이후 소득 활동을 하지 못한 B씨는 기초생계급여와 한부모 아동 양육비 등 매달 약 137만 원으로 생활해왔다.
하지만 B씨는 매달 발생하는 월세 27만 원을 비롯해 A군의 양육비용을 감당하지 못했다.
건강보험료를 비롯한 각종 공과금도 제때 납부하지 못했다.
결국 B씨는 양육비를 벌기 위해 성매매에 뛰어들었다.
홀로 어린 아들을 돌봐야 하는 상황에서 단시간에 돈을 벌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B씨는 A군이 숨진 당일에도 성매매에 나섰던 것으로 파악됐다.
재판을 맡은 대구지법 김천지원 제1형사부는 이례적으로 B씨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와 중한 결과의 발생에는 사회적 취약계층을 적절하게 보호하지 못한 우리 사회의 책임도 있다”라고 판시했다.
이어 “기초생계급여 등 일부 재정적인 지원만으로 피고인이 피해자를 안전하게 보호·양육할 수 있는 경제적 토대 내지 자활의 수단이 충분하게 마련되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라고 부연했다.
출생 당시 1.87kg의 미숙아로 태어나 숨질 당시 보통의 발육도를 보이는 등 A군의 건강 상태도 참고했다.
재판부는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나름 최선을 다해 애정을 가지고 피해자를 보호·양육해 왔다”라며 “단지 범행의 결과를 놓고서 전적으로 피고인만을 사회적으로 강도 높게 비난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볼 수 없다”라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