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먹은 뒤 누군가에게 도움 청할 일이 생기면 떠오르는 ‘염치없던’ 아버지의 친구가 있다.
지난 9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어릴 적 가끔 집에 찾아와 밥을 얻어먹고 가던 아버지의 친구에 관한 사연이 전해졌다.
글쓴이는 “어릴 적 ‘삼촌’하고 부르던 분이 있었다”며 “아버지가 친구가 많으신 편인데, 집에서 자주 본 기억이 있는 아버지의 친구는 그분이 유일했다”고 말을 시작했다.
삼촌은 가끔 집에 찾아와서 밥이나 술상을 얻어먹고 가곤 했다.
당시 초등학교 저학년이었던 글쓴이는 빈손으로 와서 배만 채우고 가는 삼촌이 반갑지 않았다.
삼촌 때문에 부모님도 자주 다퉜다. 그때마다 아버지는 어머니에게 “사업이 망해서 힘들어서 그래. 조금만 이해해주자”라고 말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삼촌이 오지 않았다.
일주일에 한두 번씩 꼭 오던 삼촌이 한 달 넘게 보이지 않자, 글쓴이는 어머니에게 “삼촌 왜 안 와?”하고 물었다.
어머니는 삼촌이 이곳저곳 기웃거리며 자주 얻어먹고 다니다 보니 친구들과 사이가 멀어졌다고 했다.
그리고 몇 달 후, 아버지가 밤중에 전화를 받고 급히 집을 나갔다. 삶이 주는 고단함과 외로움을 견디지 못한 삼촌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했다.
장례를 치르고 돌아오신 아버지는 얼마 후 삼촌의 어머니가 전화해 들려주신 말을 듣고 매우 놀랐다.
삼촌은 떠나기 전 어머니에게 편지를 남겼는데, 거기에는 사망보험금이 얼마 정도 나올 테니 그동안 자신을 도와줬던 친구들에게 조금씩 나눠주라고 적혀 있었다.
‘누구에게 얼마’ 이런 식으로 구체적인 액수까지 적어 놓았다고 했다.
사실 삼촌은 친구들에게 신세를 지기 시작했던 때부터 도움받은 모든 것, 이를테면 물 한 컵, 포도 두 송이까지 노트에 세세하게 기록해뒀다.
훗날 멋지게 다시 일어서서 친구들에게 다 갚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노력해도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고, 결국 그런 식으로 친구들에게 ‘빚’을 갚았던 것이다.
글쓴이는 “어릴 때 별생각 없었는데, 커가면서 가끔 주변에 도움 청할 일이 생기면 우리 집에서 라면을 얻어먹고 고마워하며 해맑게 웃던 삼촌의 얼굴이 떠올라 괜히 울컥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때는 그렇게 보기 싫었던 삼촌이, 사실 그 속이 얼마나 곪아가고 있었을지 헤아릴 수 있는 나이가 되니, 괜스레 먹먹해진다”며 글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