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벌과 노력에 대한 서울대생의 솔직한 생각을 담은 글이 전해지며 관심을 모았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서울대 학벌과 노오력의 배신’이라는 제목으로 한 서울대생이 쓴 글이 전해졌다.
글쓴이는 학벌에 관한 흥미로운 글을 봤다면서 “특히 ‘나는 막상 쓸 일이 없지만 남들은 잘 쓰고 다니더라’는 부분이 인상 깊었다. 이 악물고 서울대까지 왔건만 왜 내 학벌은 쓸모가 없을까?”라고 물음을 던졌다.
이어 “이 글을 읽고 계신 서울대 학우 여러분은 중고등학교 시절에 많은 것을 포기했을 것”이라면서 “굳건한 의지가 가장 큰 이유였겠지만, 어른들의 말도 일조했을 것이다”고 말했다.
‘대학만 가면 놀 수 있다’, ‘지금 하는 건 인생을 망치는 길이다’, ‘진로는 나중에 생각해도 된다’ 등 어른들은 항상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대학을 진학한 뒤에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고 한다. 시험 기간에 죽어라 공부하고 있고, 남들 다 하는 연애도 자신만 못하는 것 같았다. 그렇다고 취업이 쉬는 것도 아니었다. 죽어라 공부해서 서울대를 왔지만, 그곳도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었다.
글쓴이는 최근 사회가 ‘노력’과 ‘결과’에 대해 적절한 보상을 해주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노력을 안 해도 보상이 돌아오는데 내가 열심히 할 이유는 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서울대라는 학벌만으로도 웬만한 직장에 들어갈 수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다”면서 “공무원, 공기업 시험은 물론이고 사기업마저 블라인드를 실시하고 있다. (서울대생) 여러분의 중고등학교 생활이 최소한 취업시장에서는 쓸모가 없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글쓴이는 “‘서울대를 나왔다’는 이유로 취업 시장에서 특별한 대우를 받아야 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우대를 주장하는 게 이기적인 것도 아니다”라며 “다만 서울대를 오기까지 들인 노력, 눈물을 머금고 포기했던 학창 시절의 즐거움에 대한 보상이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지극히 ‘당연하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학벌에 상관없이 ‘기회’는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블라인드 제도에 찬성한다”면서 학교마다 같은 노력을 들이고 받는 성적이 다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서울대 학벌은 빛나는 왕관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발목에 달린 모래주머니였다”면서 “우리가 억울한 이유다. 서울대 학벌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열쇠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저 투자한 노력을 인정받길 원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적 약자를 위한 배려는 반드시 필요하다. 더 운 좋게 태어난 사람이 ‘같은 출발선에서 시작해야지’ 같은 주장을 하는 건 말이 안 된다”면서 “그런데 배려할 필요가 없는 사람을 도대체 왜 배려한단 말인가?”라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그냥 공정한 기회를 원할 뿐이다. 블라인드도 좋다. 기왕 할 거면 다 떼고 싸우자는 거다. 내가 반드시 이긴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래도 최소한, 지더라도 승복할 수 있는 시스템 속에서 살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