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친 야생동물을 정성으로 돌보고,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내 주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종복원기술원 야생동물의료센터의 직원들이다.
지난달 6일 YouTube 채널 ‘KBS HUMAN: 뭉클티비’에는 ‘야생동물과의 만남과 헤어짐, 야생의 수의사들’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공개됐다.
이날 기적처럼 건강을 회복해서 야생으로 돌아가는 동물이 있었다. 삵이었다.
어미를 잃은 삵이 처음 센터에 왔을 때, 갓 태어난 새끼였다.
임승효 수의사는 “정말 손바닥만 했다”며 “이빨도 없을 때 눈만 겨우 뜨고 보호소에 들어왔다”고 회상했다.
임 수의사는 새벽 근무까지 서가며 3시간에 한 번씩 분유를 삵에게 먹이면서 돌봤다. 그의 노력이 있었기에 삵은 건강하게 자랄 수 있었다.
엄 수의사는 “사람 손을 많이 타서 고양이처럼 되지 않을까 걱정했다”며 “크면서 고기를 먹기 시작하고 혼자 두기 시작하니까 조금씩 야생성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마침내 삵이 야생으로 돌아가는 날이 찾아왔다.
권성훈 연구원은 녀석에게 마지막 식사를 챙겨줬다. 이름으로 삵을 불러보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반려동물이 아니라 야생동물이기 때문.
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삵은 권 연구원을 졸졸 따라다니며 애교를 부렸다. 권 연구원은 발길질하며 일부러 모질게 굴었다.
‘저러면 안 되는데…’라고 걱정하면서도 귀여운 건 어쩔 수 없는지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권 연구원은 “지금 있는 동물들이 무조건 밖으로 나가야 저희가 성공한 것”이라며 “‘동물들을 내가 굳이 소유하지 않아도 내보냈을 때 행복을 얻을 수 있구나’하고 일하면서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어 “동물이 야생으로 돌아갔을 때 행복의 양이 내가 동물을 소유하고 키울 때보다 더 크더라”고 덧붙였다.
이별의 순간, 삵이 잘 지낼 만한 야산을 골라 풀어줬지만, 녀석은 좀처럼 떠나지 못하고 직원들 곁을 맴돌았다.
삵을 위해 직원들은 먼저 돌아섰다. 걸어가면서도 걱정되는 마음에 계속 돌아보는 직원들.
그래도 그들은 함께 있는 것보다 이별할 때 더 기쁘다고 말했다.
“이별할 때 동물이 돌아보면 적응 못 할까 봐 오히려 더 걱정되더라고요. 그래서 뒤도 안 돌아보고 쌩 가버리는 게 나아요”
해당 영상은 2018년 11월 25일 KBS ‘다큐 공감’ 276회 방송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