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돼! 스톱” 다리 절며 고속도로 뛰어들어 100중 추돌사고 막은 남성

By 이현주

최근 경기 포천시 구리포천고속도로에서 차량 40여 대가 연쇄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1명이 숨지고 3명이 중상, 33명이 경상을 입었다.

해당 사고는 더 큰 참사로 이어질 뻔했으나, 한 남성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피해를 줄인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구리포천고속도로 연쇄 추돌하고 현장 | 연합뉴스

22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지난 15일 오후 9시 10분쯤 서울 노원구 상계동 주민인 안재영(57) 씨와 이노성(42) 씨는 차량을 몰고 구리포천고속도로의 축석령 터널을 빠져나가다 블랙아이스에 미끄러지며 추돌사고를 당했다.

안 씨의 차량은 앞 차량 2대와 충돌한 다음에 겨우 멈출 수 있었다.

두 사람이 차량 밖으로 빠져나와 보니 이미 앞쪽에 5대의 차량은 추돌사고로 멈춰 서 있었다.

안 씨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블랙아이스에 다시 미끄러지며 넘어졌다.

안재영(57·오른쪽)씨와 이노성(42)씨 | 연합뉴스

다리를 다친 와중에도 안 씨는 큰 사고를 막아야겠다는 생각에 곧바로 112에 전화를 걸어 당시 상황을 알리고, 고속도로 중앙 가드레일 밖의 풀을 밟으며 터널 쪽으로 달렸다.

이어 터널 앞 30m 지점의 1차선 도로에서 손을 흔들며 “안돼, 안돼! 스톱, 스톱!”이라고 외쳤다.

급박한 상황이었던 나머지 안 씨는 당시 신고 전화를 끊는 것을 깜빡했고, 그의 음성은 그대로 녹음됐다.

당시 그가 터널까지 뛰어가는 중에도 차량 40여 대가 미끄러지며 추돌사고 소리가 이어졌다.

포천구리고속도로변에 줄지어 서 있는 차들 | 연합뉴스

그러나 그가 차량 통행을 제지하자 운전자들은 속도를 늦추기 시작했다.

안 씨는 10분 정도 도로에 서서 50여 대의 차들에 신호를 보냈고, 이를 본 차들은 속도를 줄여 안전하게 정차했다.

당시 사고 현장에 도착한 견인차 기사는 “차 사고로 현장이 엉망이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1, 3차로와 갓길에 50여 대의 차량이 줄지어 멀쩡하게 서 있는 모습을 봤다”라며 “고속도로의 제한속도가 시속 100km인데다 터널을 나오면 내리막길이어서 (안 씨가) 차량을 통제하지 않았다면 모두 추돌사고를 피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축석령터널 안에 서 있는 차들 | 연합뉴스

이어 “매우 위험한 상황이었는데 목숨을 걸었다고 본다”면서 “(안 씨가)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온전한 차들이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당 사연을 제보한 이 씨는 같은 시간 근처의 전복된 차량에서 다친 사람을 구조하느라 안 씨가 터널까지 뛰어간 사실도 나중에 알았다고 한다.

이 씨는 “(안 씨가) 고속으로 질주하는 차량에 치여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는데, 살신성인의 정신으로 위험을 감수했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