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이태석 신부님이 심으셨던 ‘씨앗’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씨앗이 죽지 않고 열매를 맺어서 많은 사람을 먹여 살릴 수 있는 그런 씨앗이 되겠습니다”
지난 16일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신묘한 씨앗 사전 편에는 아프리카 남수단 출신 의사 토마스 타반 아콧이 출연했다.
아콧은 자신을 “저는 이태석 신부님의 제자이면서 외과 전공의 1년 차 수련을 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故 이태석 신부는 1987년에 인제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2001년 사제 서품을 받은 후 남수단 마을 ‘톤즈’로 가서 병원을 세워 환자들을 치료했다.
또 학교와 기숙사를 지어 직접 아이들을 가르쳤다. 그렇게 어렵고 아픈 이들을 위해 헌신하다가 2010년 대장암 투병 끝에 선종했다.
이 신부는 톤즈에서 ‘브라스 밴드’라는 악단을 만들어 아이들에게 악기를 가르쳤는데, 아콧과의 연연도 밴드를 통해 이어졌다.
아콧은 이 신부의 미사를 돕기도 하고, 진료 때마다 통역을 하는 등 바로 곁에서 많은 이에게 봉사하는 이 신부를 지켜봤다.
아콧은 “신부님은 환자가 겁먹지 않도록 유쾌하게 진료를 보셨다”면서 “환자들이 처음에는 굳은 얼굴로 들어왔는데, 나갈 때는 웃는 얼굴로 나갔다”고 말했다.
이어 “그 모습에 반했다. 그런 신부님의 모습을 보고 막연하게나마 의사의 꿈을 꾸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다 대장암 판정을 받고 한국에 돌아온 이 신부가 아콧에게 한국에 와서 공부해볼 것을 권유했다.
아콧은 “한편으로는 감사했는데, 한편으로는 걱정을 많이 했다”면서 “많은 고민이 있었지만, 신부님께서 저를 믿고 선택해주신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렇게 의사가 되기 위해 낯선 한국으로 온 아콧. 당시 이 신부는 투병 중이었다. 1년 만에 본 신부님의 얼굴은 몰라보게 수척했다.
아콧은 “말도 눈물도 안 나오고 그냥 멍하니 있었는데, 신부님이 아무 일 없다는 듯 웃는 얼굴로 반겨주셨다”면서 “편찮으셨을 텐데 밝은 모습으로 아픈 사람 아닌 것처럼 유쾌하게 농담도 하시고 오히려 격려해주셨다”고 회상했다.
처음에는 한국어조차 서툴렀던 아콧은 남들보다 몇 배는 많이 공부해야만 했다. 그렇게 매일 밤을 새워가며 고생한 끝에 이 신부가 졸업한 바로 그곳에서 2018년 졸업장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신부가 이미 눈을 감은 뒤였다. 그는 한국에서는 성공할 수 있게 도와주신 분께 학사모를 씌워드린다는 말에 이 신부의 흉상에 학사모를 씌워드리고 그 앞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간단한 치료만 받으면 되는 흔한 질환으로 많은 사람이 죽어가는 고향 톤즈를 위해 외과를 선택했다는 아콧.
그는 “때가 되면 고국으로 돌아가서 그곳에 병원을 세우고, 이태석 신부님께서 하셨던 일을 제가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면서 바람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