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거실을 누군가가 몰래 지켜보고, 촬영해서 인터넷에 올리기까지 했다?
아파트 40만 곳의 거실 ‘월패드’를 해킹해 촬영한 뒤 영상을 판매하려 했던 보안 전문가가 붙잡혔다.
해킹된 영상 중에는 민감한 신체 부위가 촬영된 것도 있었다.
20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월패드 프로그램을 해킹해 촬영물을 해외 인터넷사이트에 게시해 판매하려고 한 혐의로 30대 이 모 씨를 입건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월패드’란 아파트 벽면 내 부착돼 현관문을 열어주거나 이웃간 영상 통화 등을 지원하는 태블릿형 기기다.
최근 지어진 아파트들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다.
월패드 해킹 피해가 일어난 이유는 바로 해당 기기에 ‘카메라’ 기능이 장착되어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11월까지 이 씨는 A, B업체가 만든 월패드를 사용하는 아파트 단지를 해킹 타깃으로 정했다.
이후 전국 638개 아파트 단지의 월패드 중앙 관리 서버, 각 아파트 세대 40만 4847개 가구에 설치된 월패드를 차례대로 해킹하는 데 성공했다.
경찰이 현재까지 이 씨로부터 확보한 자료는 월패드 16개에서 촬영된 영상 213개, 사진 약 40만 장이다.
이 씨는 일부 영상을 유출한 혐의까지 받고 있다.
다만 영상이 실제 판매됐거나 제3자에 제공됐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더욱 우려되는 부분은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이들의 민감한 신체 부위가 촬영된 영상도 있다는 것.
이 부분에 대해 이 씨는 성적 목적을 갖고 범행하지는 않았다고 부인했지만, 성범죄 입건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이 씨의 주도면밀함은 식당, 숙박업소 등 다중 이용시설에 설치된 무선공유기를 먼저 해킹해 아파트 월패드 해킹 경유지로 활용한 점에서 엿볼 수 있다.
경찰은 월패드 해킹 피해를 막기 위해 월패드뿐 아니라 무선 공유기 비밀번호도 주기적으로 바꿀 것을 당부했다.
한편, 이 씨는 2019년 지상파 방송사 인터뷰에서 IT 보안 전문가로 소개된 바 있다.
당시 그는 “컴퓨터를 어느 정도 할 수 있는 중학생 수준이면 쉽게 해킹할 수 있다”라며 월패드 보안의 취약성을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