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단지서 담배 피우는 초6 혼냈다가 아이 엄마에게 고소당했습니다”

By 이서현

아파트 단지 내에서 담배를 피우던 초등학교 6학년 아이를 혼내다가 고소를 당한 남성의 사연이 알려졌다.

지난 9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초6과 그 엄마에게 고소를 당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공유됐다.

글을 올린 A씨는 세 아이의 아빠라고 밝혔다. 사건은 추석 연휴인 지난 9월 18일경에 발생했다.

A씨는 임대아파트에 살다 결혼 12년 만에 분양에 당첨돼 지금 사는 곳으로 이사를 왔다.

연합뉴스

가족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에 가장으로 기쁜 날을 보내던 시기, 어느 날부터 동네 아이들이 새 아파트가 생겼다며 놀러 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입주민도 아파트 내부에서 담배를 피우지 않는데 어린아이들이 아파트 벤치와 놀이터에서 담배를 피우기 시작한 것.

A씨 아내와 입주민들이 몇 번 제재를 하기도 했지만 소용없었다.

특히 그 중 초등학교 6학년 한 아이는 아주 가관이었다고 한다.

말대꾸는 물론이고 전동 킥보드를 타고 돌아다니면서 어른들을 희롱하고 도망갔다.

A씨의 아내를 포함해 몇몇 입주민이 아이를 세워놓고 타이르자, 아이는 A씨의 아내에게 “저 아줌마 미친X이고 장애인이다. 저 아줌마 놀리는 거 재미있으니 계속 놀리자” 등과 같은 욕설과 막말을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

이를 전해 들은 A씨는 너무 화가 나서 ‘노란 염색 머리’라는 인상착의만 듣고 새벽까지 찾아다니다 허탕을 치기도 했다.

다음날 마침내 이 아이가 보란 듯이 담배를 핀다는 단톡방 제보가 들어왔다.

아이를 붙잡아 둔 입주민은 경찰에 신고했더니 경찰은 이미 아이를 잘 알고 있었다고.

차량절도와 방화로 이미 문제가 된 아이였는데 흡연은 제재할 수 없다며 그냥 돌려보냈다고 한다.

이에 다른 입주민들이 무면허 킥보드 운행에 왜 아무런 제제가 없는지 묻자 경찰은 다음번에도 동일한 신고가 접수될 시 킥보드에 대해 범칙금 등을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자신을 초등학생이라고 밝힌 한 유튜버가 막대사탕을 물고 담배 피우는 시늉을 하는 모습 | 유튜브

A씨는 아이가 킥보드를 타고 아파트 내에서 위협을 하는 문제라도 해결하기 위해 아이를 찾아다녔다.

마침내 노란 머리 염색 머리를 한 아이를 발견한 그는 “문제의 그 녀석이구나?”라고 묻자 아이는 “네, 그런데 왜요?”라고 당당한 모습을 보였다.

A씨는 우선 아이가 도망갈 것을 우려해 휴대폰을 빼앗고 부모의 전화번호를 물었다.

그 과정에서 실랑이가 발생했고 A씨는 “아이가 도망가는 것처럼 보여 목을 잡았는데, 아이도 내 목을 잡았다”고 당시 정황을 설명했다.

이후 아이의 엄마와 입주민 그리고 경찰이 도착해 대화하던 중 아이는 자신의 엄마에게 “그런 적이 없다. 저 사람들이 아파트에 못 들어오게 한다”는 식으로 말했다.

이를 들은 입주민들은 분통을 터트렸고 아이의 부모는 A씨가 아이를 때렸으니 고소하겠다고 말했다.

그 소란을 지켜보던 아이는 바닥에 침을 뱉으며 사람들에게 ‘널 죽이겠다’ 등의 말을 했다고 한다.

몇 시간 뒤 A씨는 파출소로부터 “지금 아이 엄마가 고소한다는데 고소를 한다면 맞고소를 할 거냐”고 묻는 전화를 받았다고 밝혔다.

A씨는 “창피하지만 저도 목을 잡혔기에 그쪽에서 고소한다면 나도 똑같이 진행하겠다고 했고, 어느 정도 일단락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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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지난 8일 A씨는 파출소가 아닌 경찰서에서 연락을 받았다.

A씨는 “형사건으로 접수되었고 CCTV 확인 결과 나의 일방적인 폭행으로 보인다고 했다”며 “이런 경우 서로 그냥 좋게 얘기해서 끝내는데 그러지 못할 경우 1주일 뒤에 조사받으러 나오라고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문제의) 아이가 보호관찰 중이라고 들었는데도 기관에서는 제재는커녕 방관만 하는 이 현실이 참으로 개탄스럽다”며 “그 아이를 그런 괴물로 만들어버린 부모를 보니 이래서 가정교육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토로했다.

A씨는 학교도 잘 가지 않는 아이가 혹시나 자녀들을 해코지 하지나 않을까 우려했다.

누리꾼들은 “담배 피우면 담배를 누가 팔았는지 확인해야 하는 거 아닌가” “담배 방치한 부모를 아동학대로 신고해야 할 듯” “글만 읽어도 속 뒤집힌다” “촉법이라는 걸 아는거지” “부모 자격시험은 없나” 등의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