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린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배우 윤여정이 말이 아닌 ‘수어’로 수상자를 호명해 눈길을 끌었다.
27일(현지 시간) 윤여정은 전년도 수상자를 시상자로 초대하는 관례에 따라 이번에는 남우조연상 시상자로 레드카펫을 밟았다.
정갈한 올림머리와 검은색 드레스 차림으로 나타난 윤여정은 어깨에 유엔난민기구(UNHCR)의 난민 캠페인을 지지하는 의미의 파란 리본을 달고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시상을 위해 무대에 오른 윤여정은 “오스카 수상자는…” 하고 말한 뒤 잠시 숨을 골랐다. 그리고 입이 아닌 양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수어였다.
윤여정이 수어로 호명한 올해의 수상자는 청각장애를 가진 배우 트로이 코처였다. 자신의 이름이 불리는 것을 직접 들을 수 없는 코처를 위해 수어로 호명한 것이다.
익숙하지는 않지만, 배려심이 느껴지는 호명이었다.
수어로 수상소감을 전해야 하는 코처를 위해 트로피를 대신 들어준 윤여정은, 감격에 찬 표정으로 내내 코처를 지켜봤다.
코처는 윤여정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수상소감이 끝나자 객석에 앉은 이들은 박수 대신 양손을 흔들며 수상을 축하했다.
윤여정은 올해 시상을 준비하면서 후보에 오른 배우들의 작품을 감상, 청각장애인 배우의 소식에 미리 짤막한 수어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코처는 영화 ‘코다’에서 청각장애를 가진 아버지 프랭크 역할을 맡아 생애 처음으로 오스카 후보에 올랐다.
일찌감치 수상 1순위로 꼽혀온 그는 ‘파워 오브 도그’ 제시 플레먼스, ‘벨파스트’ 시아란 힌즈 등 쟁쟁한 후보를 제치고 남우조연상의 영예를 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