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부가 미국 조지워싱턴대학교에 재학 중인 아들 조모씨의 대학 온라인 시험(퀴즈)을 대신 풀어준 정황이 담긴 가족의 카카오톡 채팅방 기록이 법정에서 공개됐다.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1부(마성영 김정곤 장용범 부장판사)는 업무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조 전 장관과 정 전 교수의 32차 공판을 진행했다.
검찰은 이날 조 전 장관 부부의 입시비리(업무방해)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조 전 장관 일가의 카카오톡 채팅 기록을 제출했다.
검찰에 따르면 조씨의 대리시험은 조씨가 당시 수강 중이던 과목의 온라인 시험 문제를 사진으로 찍어 가족 단체 채팅방에 올리면 조 전 장관 부부가 함께 풀어주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공개된 대화방에서 정 전 교수는 2017년 9월 “O이(아들 이름) 퀴즈 시작하자”라고 한 뒤 역사학 관련 과목의 객관식 시험 문제 답안을 올렸다.
이 답안을 제출한 시험에서 조씨는 만점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조씨는 2016년과 12월 가족 채팅방에 “아빠, 한국 기준 화요일에 시간 되세요?’라며 시험 일정을 알리자 조 전 장관은 ‘대기하고 있으마’, 정 전 교수는 ‘나도’라고 답한다.
이후 예정된 시험 시간이 되자 정 전 교수는 “엄마 컴(컴퓨터) 앞에 앉았다, 준비 완료”라고 보냈고, 조 전 장관도 “준비하고 있다”고 알렸다.
조씨가 “아빠 저 1시에 시험 봐요”라고 남기자 조 전 장관은 “아빠 준비됐다. 나는 아래에서 위로, 너는 위에서 아래로, 당신은 마음대로”라고 답했다.
또 아들에게 “문제 이멜(이메일)로 보내주길”이라고 요청한 후 조 전 장관 부부는 각자 문제를 풀어 채팅방에 정답을 보냈다.
검찰은 “가족끼리 정답이 뭔지 서로 갑론을박을 벌이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며 부모 도움을 받은 조씨가 고득점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또 이들 부부가 수차례에 걸쳐 조씨의 과제를 대신해 작성한 정황도 공개했다.
정 전 교수는 “이제부터 밤새서 너 중국영화 페이퍼 쓸 거야”라고 했고, 이 과제를 제출한 조씨는 A 학점을 받았다.
한편, 조 전 장관은 자녀의 인턴십 확인서와 실습수료증 등을 허위 발급받거나 직접 작성한 혐의를 받는다.
정 전 교수 역시 아들의 생활기록부를 허위로 기재하고, 인턴 증명서를 허위로 발급받은 혐의 등으로 재판받고 있다.
정 전 교수는 앞선 기일에 이어 이날도 건강 문제를 호소했고, 재판부는 최대한 빨리 재판을 끝낼 수 있도록 공판을 진행하고 있다.
별건으로 진행된 딸 입시비리 혐의로 징역 4년의 실형이 먼저 확정돼 복역 중인 정 전 교수는 건강상 이유로 형집행정지를 신청했으나 검찰에서 기각돼 수감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