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미국 대통령에게 한글로 쓴 편지를 보낸 한국 초등학생이 있다.
1977년 미국 제39대 대통령이 된 지미 카터에게 한 편지가 도착했다. 바다 건너 있는 우방국 한국에 사는 13살 소년이 보낸, 한글로 쓴 편지였다.
‘카터 대통령님께 보냅니다’라고 시작되는 이 편지에는 자신의 아버지가 공산주의자로 누명을 써 중앙정보부(중정)에서 고문을 받고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는 안타까운 사연이 담겨 있었다.
소년은 아버지가 비밀재판으로 중형을 선고받았고, 어둡고 추운 독방에서 고통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카터 대통령이 누구보다 민주주의를 잘 알고, 힘없고 약한 국민들을 사랑하는 분이라 들어 편지를 보낸다면서, 아버지는 절대 공산주의가 아니며, 온갖 고문으로 몸이 상한 아버지가 석방될 수 있도록 꼭 도와달라고 간절히 부탁했다.
끝으로 이다음에 훌륭한 어른이 되어서 카터 대통령의 은혜에 꼭 보답하겠다고 약속했다.
편지의 주인공은 유동민 씨로, 그의 아버지 유진곤 씨는 1974년 인민혁명당 재건 사건에 연루되어 ‘긴급조치 4호’ 위반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한국의 한 초등학생이 쓴 편지를 읽은 지미 카터 대통령은 직접 박정희 대통령에게 연락하는 등 대한민국 정부에 엄청난 압력을 가했고, 긴급조치 9호로 체포된 상당수의 정치범들이 석방됐다.
간절한 마음을 담아 미국 대통령에게 편지를 쓴 아들 덕분에 아버지 유진곤 씨 역시 가족의 품으로 다시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편지는 현재 카터 박물관에서 소장 전시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