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 사이클 선수로 도쿄올림픽 출전해 금메달까지 딴 수학 박사

By 김우성

2020 도쿄올림픽 여자도로사이클에서 우승을 차지한 선수의 독특한 이력이 화제다.

지난 25일 일본 도쿄 무사시노노모리 공원에서 시즈오카현 후지 스피드웨이까지 137㎞ 거리를 달리는 여자도로사이클 경기가 열렸다.

이날 안나 키젠호퍼(오스트리아, 30) 선수가 3시간 52분 45초를 기록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네덜란드 베테랑 선수 아나믹 판플로텐보다 1분 15초 빠른 기록이었다.

(왼쪽부터) 도쿄올림픽 여자 사이클 개인 도로 종목서 포디움에 오른 아나믹 판플로텐, 안나 키젠호퍼, 엘리사 롱고 보르기니. / 연합뉴스

키젠호퍼는 수학 박사 출신으로 사이클 입문 7년 차의 아마추어 선수다.

트라이애슬론(철인 3종)을 취미로 즐기다 끊임없는 부상 때문에 2014년 사이클로 전향했다. 스페인 카탈로니아 대학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을 즈음이었다.

전향 후 가까운 아마추어팀에 입단해 스페인 내셔널컵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등 여러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2017년에는 잠시 프로팀에 입단하기도 했으나, 2019년부터 소속팀 없이 아마추어 신분으로 경기에 필요한 모든 것을 혼자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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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전공인 수학을 운동하는 데 십분 활용했다고 한다.

자신의 문제점을 수학적으로 분석하고 시간을 체계적으로 배분해 훈련했다.

올림픽 개최 직전에는 자신의 몸이 도쿄의 더위에 어떻게 적응하고 있는지 분석한 그래프를 SNS에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트위터 ‘AnnaKiesenhofer’

키젠호퍼는 인터뷰에서 “다른 선수를 따라가려 노력했다. 페달을 밟을 힘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힘들었다”며 “금메달을 딴 것을 믿을 수 없다. 최선을 다해 준비했지만 그 노력이 보상을 받을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공부가 본업인지라 전문 선수들과 같은 수준의 훈련을 하기는 어렵지만 수입의 거의 전부를 사이클에 투자한다”라며 “앞으로도 공부와 사이클을 계속 병행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키젠호퍼는 오스트리아 빈 공과대학에서 수학 학사를 전공한 후, 영국 케임브리지에서 수학 석사, 스페인 카탈루냐 공과대학에서 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그는 세계경제포럼이 선정한 세계 최상위 26개 대학 중 하나인 스위스 로잔연방공과대학교에서 연구와 학업을 병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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