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아마존에서 생활하던 한 부족의 ‘마지막 원주민’이 숨진 채 발견됐다.
브라질 국립원주민재단(FUNAI)은 지난 23일(현지시간) 혼도니아주 아마존 타나루 원주민 구역에서 순찰을 돌던 중 원주민 남성의 사망을 확인했다고 30일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이 보도했다.
그는 외부 침입의 흔적 없이 평소 생활하던 오두막 해먹에 누운 채 발견됐다. 범죄 전문가의 현장 검증 결과 사인은 자연사로 추정된다고 재단은 밝혔다.
시신은 부검을 위해 브라질리아로 이송됐다. 재단은 DNA 검사를 한 후 그가 사망한 숲에 매장할 예정이다.
이 원주민은 지난 26여년간 브라질과 볼리비아의 접경지대인 타나루 원주민 지역에서 홀로 살아왔다.
이름은 알려지지 않았으며 나이는 약 60세로 추정된다.
그는 동물을 잡거나 자신의 몸을 숨길 때 땅에 깊은 구덩이를 파는 습관으로 일명 ‘구덩이 남(The Man of the Hole)’이라고 불렸다. 그가 정부 관계자의 접근을 피해 도망다니면서 만든 오두막집만 53개로 알려졌다.
그가 사망함으로써 그의 부족 전체가 사라지게 됐다. 이는 미접촉 부족의 소멸이 공식적으로 기록되는 첫 사례라고 외신은 전했다. 미접촉 부족은 바깥 세계와의 접점 없이 생활하는 부족을 의미한다.
다른 부족민들은 1970년대 이후 목장주와 토지를 노리는 이들의 공격으로 전멸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립원주민재단에 따르면 정확한 날짜는 알 수 없지만 한 번은 부족민들이 독이 든 설탕을 먹고 다수가 사망했다. 6명이 살아남았지만 1995년 불법 광산업자들의 공격으로 이 원주민 남성만 남았다.
국립원주민재단은 최후의 생존자인 이 원주민 남성과 1996년에서야 직접적으로 접촉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사람들이 접근하려 하면 덫을 놓거나 화살을 쏘며 격렬히 저항했다.
당시 그를 만났던 산투스는 “그와 대화를 해보려고 시도하고 옥수수와 화살도 제공했지만, 그는 겁에 질려 매우 공격적이었다”면서 “그때부터 우리는 그의 고립을 존중해야만 했다”고 NYT에 말했다.
1년 후 재단은 벌목업자와 목장주가 침범하지 못하도록 이 지역에 대한 접근을 제한했다. 보호 조치는 2025년까지 유지될 예정이었다.
국립원주민재단은 브라질에 고립된 부족이 적어도 114개가 있다고 보고 있으나, 실제로 존재가 확인된 부족은 28개에 불과하다. 나머지 86개 부족은 정부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규제를 완화해 벌목과 목축업을 확대하고 원주민과 토지에 대한 보호를 줄이는 방향의 아마존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재단의 원주민 전문가 길례르미 마틴스는 “많은 부족들이 정부와 사회가 알아채지 못하는 사이에 멸종되고 있다.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밝혔다.
인권단체 서바이벌인터내셔널의 피오나 왓슨 연구디렉터는 2005년 재단과 함께 이번에 숨진 원주민을 만났던 경험이 있다면서 “그는 누구와도 이야기하지 않고 홀로 살아갈 수 있다는 저항과 회복의 상징이었다”고 말했다.
브라질 원주민 권리 옹호 단체는 전문가들이 해당 지역에 대한 고고학 및 인류학적 연구를 수행할 수 있을 때까지 원주민 토지를 폐쇄할 것을 촉구했다.
그들은 또한 원주민 집단 학살의 비극을 모두에게 상기시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기념비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땅을 보존해 줄 것을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