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부 인생에 굴하지 않고 직접 ‘사이보그 인간’이 되기로 결심한 영국의 로봇학자가 세상을 떠났다.
지난 15일(현지 시간) 외신들은 영국 과학자 피터 스콧 모건 박사가 64세로 별세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피터 스콧 모건 박사 측은 그의 SNS를 통해 “피터를 응원해주신 많은 분께 그가 가족 및 지인에 둘러싸여 평화롭게 세상을 떠났다”고 알리면서 “장애에 대한 생각을 바꾸려고 노력한 그의 행동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모건 박사는 지난 2017년 전신 근육이 마비되는 루게릭병을 진단받았다. 고 스티븐 호킹 박사가 앓았던 것과 같은 병이다.
하지만 남은 시간이 2년뿐이라는 말에도 그는 굴하지 않고 과학자다운 선택을 했다. 필요한 모든 장기를 기계로 교체해 ‘사이보그 인간’이 되겠다고 결심한 것.
모건 박사는 얼굴 근육이 마비될 것을 대비해 우선 여러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표정과 목소리를 기록한 뒤, 자신과 유사한 얼굴의 아바타를 개발했다.
여기에 아이트래킹과 AI 기술까지 접목해 눈을 움직이면서 그의 표정과 목소리를 재연해내는 아바타가 완성됐다.
또한 후두를 제거하고 음식물을 주입받는 관을 삽입해 불편 사항을 해결했고, 물리적인 움직임이 필요할 때는 특수 제작된 휠체어로 대신했다.
모건 박사는 자신을 ‘피터 2.0’이라고 칭하며 “나는 계속 진화할 것이다. 인간으로는 죽어가지만, 사이보그로 살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 한 인터뷰에서 “자기 몸에 갇힌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며 “이는 단순히 루게릭병에 대한 것이 아니다. 사고, 질병, 유전, 노년, 치매 등 모든 장애에 대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 궁극적인 목표는 지구상의 모든 인간이 자유로워지는 것”이라며 “나는 운 좋게 ‘프로토타입’(시제품)이 됐다. 이 실험은 인류가 미래에 신인류(Neo-human)가 되기 위한 거대한 도약이 될 것이다”라며 선택의 이유를 밝혔다.
인류를 위해 자신이 가진 지식과 얼마 안 남은 삶까지 바친 한 과학자의 사망 소식에 많은 누리꾼들은 그의 SNS에 존경과 애도를 담은 추모 메시지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