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F-5E 전투기 추락 사고로 순직한 조종사가 민가를 피하고자 조종간을 끝까지 붙잡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공군은 “사고 조사 결과, 고 심정민 소령(28, 대위에서 1계급 특진 추서)이 민간인 피해를 막기 위해 이런 행동을 했던 정황이 포착됐다”고 밝혔다.
사고기 추락 지점은 마을에서 불과 100여m 떨어진 곳이었다.
수원 기지를 이륙한 지 1분여 만에 긴급 상황을 맞은 사고기는, 좌측으로 선회하던 중 항공기 좌우 엔진 화재 경고등이 켜졌다.
당시 사고기에 탑승하고 있던 심 소령은 상황을 보고한 후 긴급 착륙을 시도하려 했지만, 조종 계통에 문제가 생겨 기체가 말을 듣지 않고 급강하했다고 공군은 설명했다.
그런데 당시 기체가 급강하하던 중에도 심 소령은 조종간을 끝까지 놓지 않았다. 근처에 민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지막 관제탑과의 교신에서 비상탈출을 뜻하는 ‘이젝트(Eject)’를 두 번이나 외쳤지만, 그는 끝내 탈출하지 않았다.
특히 심 소령이 비상탈출을 선언하고 추락하기까지 10초가량의 시간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10초면 조종사가 비상탈출 장치를 작동시켜 탈출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심 소령이 조종간을 끝까지 놓지 않은 채 가쁜 호흡을 한 정황이 비행 자동 기록 장치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고 공군 측은 전했다.
공군은 현재 기체 결함 여부와 화재 원인 등을 종합적으로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심 소령은 공군사관학교 64기로 지난 2016년에 임관해 5년간 F-5 기종을 조종해왔다. 그는 지난해 11월 호국훈련 유공으로 표창을 받는 등 기량이 뛰어난 조종사였다.
또한 그는 결혼한 지 1년이 조금 넘은 신혼이었다.
심 소령의 영결식은 오는 14일 오전 9시 소속부대인 공군 제10전투비행단에서 엄수된다. 유해는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