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 퀵으로 보내달라고?”
대낮에 들어온 주문 내역을 확인한 배달원이 순간적인 판단력과 남다른 촉을 발휘해 소중한 생명을 살렸다.
14일 제주소방서에 따르면 제주시 노형동 일대에서 퀵 배달을 하는 강순호(35) 씨는 지난달 19일 오전 10시 30분쯤 지역 주민 A씨로부터 수상한 주문을 받았다.
삼겹살 200g, 소주 1병, 부탄가스 1개, 종이컵 1줄 등을 주문받았는데, 여기에는 ‘번개탄 1개’도 있었다.
강 씨는 A씨의 오피스텔로 주문 품목을 전달했다.
이 과정에서 본 A씨의 얼굴이 어딘가 불편해 보였다고 한다.
불길한 마음이 떠나지 않았던 강 씨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제주소방서 노형119센터 구급대와 함께 A씨 주거지를 방문했다.
당시 경찰이 집을 여러 차례 두드렸으나 인기척이나 반응이 없었다.
이에 강제로 문을 개방한 대원들은 집 안에서 번개탄 가스 중독으로 의식이 없는 A씨를 발견했고 응급 처치 후 제주 시내 병원으로 이송했다.
병원에서 치료를 마친 A씨는 현재 일상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상태가 호전됐다.
배달물을 두고 그냥 갈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직감적으로 기지를 발휘한 강 씨 덕분에 소중한 생명을 살릴 수 있었다.
양인석 제주소방서장은 “타인을 위한 신고가 소중한 생명을 살렸다”라며 “화재, 구급 등 사고가 의심되는 경우 119 신고를 당부드린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