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10시 22분 수험생 카페 ‘수만휘(수능 날 만점 시험지를 휘날리자)’ 카페에 사수생의 엄마 A씨의 편지가 올라왔다.
아들이 시험을 치러 고사장에 들어간 사이에 엄마는 ‘아들이 이 글을 보게 될지…’란 제목으로 편지를 썼다.
편지에 따르면 A씨의 아들이 첫 수능을 본 건 지난 2019년이었다.
영어 영역 듣기평가 중이던 아들은 코피를 쏟기 시작해 탐구 영역 시험을 치를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아들은 시험을 망쳤다.
멈추지 않던 코피는 아들의 몸 상태에 문제가 있다는 신호같았다. 아들은 정말로 콩팥이 좋지 않았다.
A씨는 그날 이후 하루하루가 지옥과 같았다고 전했다. 염분과 단백질, 인과 포타슘을 섭취하면 안 된다고 하니 아들은 음식도 마음껏 먹을 수 없었다.
A씨는 약을 한 움큼씩 삼키며 부은 얼굴로 공부하는 아들을 지켜보며 마음이 너무 고통스러웠다.
아들은 이런 엄마에게 ‘인고의 착각’을 하지 말라고 말했다.
아들은 눈물로 3년을 보낸 엄마에게 “고통의 시간 속에 내용이 중요한 거지, 인고는 보상의 기준이 아니다”라며 “입시 성공을 위해 엄마 인생을 걸지 마”라고 했다.
엄마는 냉정한 아들에게 서운하기도 했지만 ‘내 속에서 저런 놈이 나왔다’는 것에 아들을 존경했다고 한다.
A씨는 “엄마도 사람인지라 마음이 논리대로 가질 않더라”라고 했다.
이어 “투병 사실을 주변에 알리기도 싫었고, ‘의대병에 걸려 사수씩이나 하나 보다’라는 엄한 얘길 들을 때마다 내용과 과정은 무시하고 결과가 정당화되는 사회적 폭력을 맛봤다”고 고백했다.
그는 “그런 인간 실격의 시간들이 켜켜이 쌓일 때마다 그만큼 영혼의 일부가 침식 또는 부식된 것만 같았고, 엄만 자연스레 히키(코모리)가 되더구나”라고 했다.
하지만 A씨는 한편으로는 힘이 솟았다고 전했다.
아들의 꾸준한 자기조절 능력과 성실함은 ‘나중에 전공과 무관한 일을 하게 될지언정 저놈은 인정받는 구성원으로 자리매김하겠구나’란 생각을 들게 했다.
A씨는 아들에게 “네 덕에 지력은 공명이요, 무력은 여포인 엄마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그는 “인생의 최대 지각변동기를 맞고 이는 아들, 현역 시절부터 발목 잡은 국어가 오늘만큼은 수월했길 바라고 2023년엔 대학 캠퍼스에서 네 즐거움을 찾길 바래”라며 아들에게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전했다.
“고맙고, 건강하자 아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부디 꼭 좋은 결과로 이번 수험생활을 청산하시길 바랍니다”, “부모님과 자녀의 마음의 짐이 오늘부로 덜어지기를 바랍니다”, “아드님께 좋은 건강과 좋은 결과 있기를 바랍니다”라며 모자를 응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