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활자의 꽃’이라 불리는 갑인자 연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지난달 30일 국립중앙박물관은 1434년 만든 ‘갑인자'(甲寅字)로 추정되는 한자 금속활자 152개를 공개했다.
갑인자는 세종이 이천과 장영실, 글씨를 잘 썼던 수양대군 등 최고의 인재들에게 만들게 한 조선의 세 번째 금속활자다.
아름답고 정교한 데다 인쇄할 때마다 흔들리지 않아 제작자는 ‘조선 만세의 보물’이라고 자부할 정도였다.
정조 때(177년 6번째 주조)까지 300년 넘게 6번이나 다시 주조해 책을 인쇄했다.
일종의 국가 표준 활자였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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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갑인자는 그간 소장 경로가 불투명해 연구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었다.
송성문 선생이 기증한 세종 때 ‘자치통감’ 속의 글자와 모양이 같았지만, 1931년 조선총독부 박물관이 일본인에게 사들인 것 외에 누가 소장했는지 확인할 수 없었다.
그러다 지난 4월, 故 이건희 회장 유족이 1436년 인쇄된 근사록을 기증하고, 이어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갑인자 추정 활자가 발견되면서 주목받게 됐다.
활자들은 기증된 근사록 속 글자와 일치했고, 인사동 출토 갑인자와도 비슷했다.
성분 분석에서도 구리 함량이 높은 15세기 금속 활자의 특성을 보였다.
김동우 국립중앙박물관 고고역사부 학예관은 “송성문 선생이나 이건희 회장이 기증한 책 중에 갑인자본인 근사록과 자치통감, 석보상절 등으로 인해서 활자하고 글씨를 실제로 비교할 수 있었기 때문에 갑인자로 추정하는 데 큰 도움을 받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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