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가기 싫다는 학생들이 많은데, 이제 교사도 학교에 가기 싫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학생에게 욕설을 듣고 심지어 맞기까지 하면서도 ‘교사의 도리’ 때문에 속앓이를 할 수밖에 없는 현실 때문이다.
최근 교원단체 등에서 교권침해 사례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도록 힘을 보태면서 그나마 목소리를 내는 교사들도 늘고 있다.
지난달 30일 교총에 따르면 교권본부에는 지난해에만 437건의 교권침해 상담이 접수됐다.
지난 2011년 287건과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늘어났으며, SNS를 통한 교권 침해 사례가 많았다.
교사가 혼을 내는 장면을 학생이 촬영해 SNS에 올리거나, 학생이 교사 실명과 소속을 공개 거론하며 욕설과 조롱 댓글을 다는 식이었다.
교육부의 ‘교육활동 침해 현황’에 따르면 2017∼2021년 5년 동안 발생한 교권 침해 사례는 모두 1만1148건에 달했다.
학생·학부모에 의한 교사 상해·폭행 사건은 같은 기간 총 888건에 달했다.
교육 현장에서는 일어나는 다양한 교권 침해 사례를 살펴보면 이렇다.
국민일보 보도에 따르면 최근 한 교사는 학생이 교실 책상을 망가뜨려 혼을 냈다가 “ㅋㅋㅋ, ㅆㅂㄴ아, 집이고 학교고 X같아서 못가겠네. 교권보호위원회 여세요” 등의 내용이 담긴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충격을 받은 교사는 한국교원단체총엽합회 교권본부를 찾아 피해 사실을 상담했다.
교육부의 교육활동 침해 대응 매뉴얼에는 한 중학교 교사가 수업 중에 잠을 자는 학생을 깨우려 “수업시간이에요. 일어나세요!”라고 하자 잠에서 깬 학생이 “아~ XX”이라고 욕을 한 사례도 등장한다.
학생인권이 과도하게 강조되면서 교사의 훈육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학생이 교사 훈육에 맞서 아동 학대로 신고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한 중학교 교사는 수업 시작 이후에도 복도에서 떠드는 학생에게 벌점을 부과하려고 도망치는 학생의 팔을 잡았다.
그런데 학생에게 “폭력을 행사했다”는 항의를 받았고 학교에서 ‘폭력교사’로 낙인찍혔다고 한다.
혹시 내 아이에게 피해가 가지 않을까 날을 세우는 학부모의 태도 역시 교사의 훈육을 방해하고 있다.
지난 6월 전북 전주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6학년 담임교사가 남학생이 같은 반 여학생에게 성희롱성 욕설을 한 것을 알고 “성폭력은 처벌 수위가 높다. 하지 말라”고 지도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부모는 담임교사에게 “왜 내 아들을 잠재적 성범죄자 취급하냐”며 거세게 항의했고, 학교 측에 담임 교체 및 사과문 공개 낭독을 요구했다.
결국 담임교사는 학생들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사과문을 읽었다.
많은 교사들은 “학생들이 ‘잘못해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게 (교권 침해의)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교사가 제자에 대한 처벌을 요구하기 어렵다는 점을 아이들도 알고 있다는 것이다.
김동석 교총 교권본부장은 “수업 중에 떠드는 학생에게 ‘조용히 해’라고 해도 아동학대, 정서학대라고 고발당하는 상황”이라며 “교사들은 고소·고발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무기력해질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교육기본법과 초·중등교육법에 교원의 학생 생활지도권 보장을 명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교사의 교권만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호하고 문제행동 학생을 교육으로 성장시켜야 한다는 생각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