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을 때는 놀고 싶고, 그 나이 때는 다 그렇잖아요. 그 아이들이 죄가 있나요?”
이태원 참사 현장을 찾은 한 중년 여성의 말이다.
핼러윈을 맞아 유난히 북적인 지난 주말, 이태원에서는 인파에 눌려 156명이 목숨을 잃었다.
대부분이 10~20대 젊은이였고, 그중 대다수는 체격이 작은 여성이었다.
대형 참사 때마다 반복됐던 피해자를 향한 조롱은 이번에도 이어졌다.
인터넷 공간에서는 “거길 왜 갔나” “핼러윈이 뭐라고” “놀러 가서 죽은 건데 무슨 보상을 하냐” 등 악성 댓글이 광범위하게 퍼졌다.
피해자가 아닌 사회 안전 시스템의 부재를 탓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지만,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는 유족에게 또 다른 상처로 남았다.
이처럼 피해자를 탓하는 악플과 관련해 삼풍백화점 생존자가 일침을 가했다.
지난 1일 산만언니는 자신의 SNS에 “이태원에 왜 갔냐고 하지 마세요”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이태원이 히말라야에요? 목숨 걸고 가야 하는 데냐고요”라며 “우리 모두 갈 수 있는 도심 속 거리에요. 그런데 왜 가냐니요. 당신들은 안 가요? 시내 안 나가요? 사람 안 만나요?”라고 반문했다.
이어서 “나한테는 아무도 삼풍백화점 왜 갔냐고 하지 않았어”라고 덧붙였다.
산만언니는 지난달 30일에도 “참사는 사람을 가려오지 않는다. 이번에 ‘운 좋게’ 당신이 아니었을 뿐”이라고 소신 발언했다.
그는 20살이던 1995년 삼풍백화점 지하 1층에서 일당 3만원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붕괴 사고를 겪었다.
502명이 숨진 참사에서 살아남았지만 긴 시간 고통을 겪었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을 지난해 ‘저는 삼풍 생존자입니다’라는 책으로 냈다.
그는 지난해 세바시 강연을 통해 “행복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모두가 죽거나 다치지 않은 상태, 아프지 않은 상태”라며 “오늘 아침 현관을 열고 나간 가족들이 전부 무사히 돌아오는 그날 저녁, 그런 날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