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서울 이태원 한 주택 신축 현장에서 터파기 공사 도중 ‘무덤 61기’가 발견됐다. 최근 이들 무덤의 정체가 전해졌다.
6일 MBC 보도에 따르면 무덤이 발견된 집의 주인은 이서현 삼성문화재단 이사장이다. 오빠인 이재용 삼성 부회장이 살던 집을 사서 다시 짓던 중 정체 모를 유골들이 쏟아져 나온 것이다.
빈 무덤이 처음 발견된 2020년 공사는 당연히 중단됐고, 여전히 발굴 조사가 진행 중이다.
건물은 지상 2층 지하 4층 연면적 5,800㎡로, 축구장 크기의 대저택이다. 이렇게 넓고 깊게 땅을 파다 보니 땅을 팔 때마다 새로운 무덤이 발견됐다고 한다.
지금까지 확인된 무덤만 61기며, 모두 나무 관도 쓰지 않고 그냥 구덩이를 파 시신을 묻은 것으로 보인다.
MBC는 이서현 이사장의 자택이 있던 곳이 원래 ‘공동묘지’가 있던 자리라고 전했다.
일제강점기인 1924년 제작된 일본군지도에는 동쪽 이태원과 황학동, 보광동 일대가 비어 있는데, 모두 공동묘지라고 쓰여 있다고 한다.
MBC는 “일본인의 한반도 유입이 급증하면서 이태원 공동묘지 위에 일본인 주택을 지어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며 “무덤이 발견된 이서현 이사장의 자택은 일본인 소유였다가 광복 이후 일본인 재산, 즉 ‘적산가옥’을 불하하는 과정을 거쳐 결국 삼성 일가에 인수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주택 건설과 군 시설을 만드는 과정에서 일대 공동묘지에 있던 100만 개 이상의 무덤이 강제 이전되기도 했다.
3·1운동으로 서대문 형무소에서 숨진 유관순 열사 역시 이태원 공동묘지에 묻혔다가 강제 이전 과정에서 시신이 유실됐다.
지금은 이태원 공동묘지가 가장 잘 보이는, 저택 반대편의 작은 공원에 18살 소녀의 추념비만 세워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