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도망 안 갔니… 이리 와, 밥부터 먹자”
7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강원 동해시 초구동의 주민 신원준(75), 손복예(66)씨 부부는 사흘 만에 잿더미가 된 집을 찾았다.
지난 5일 오전 강릉에서 시작된 산불은 다음 날 부부의 집 앞까지 내려왔다.
부부는 약이 든 가방과 휴대전화만 챙겨 장애가 있는 딸을 데리고 급히 대피했고, 그 와중에도 오리와 거위들이 도망갈 수 있도록 철창을 열었다.
대피소에서 이틀을 보내면서 미처 데려오지 못한 동물들 때문에 마음이 편치 못했다.
다행히 오리와 거위가 아직 살아있다는 소식을 들은 부부는 트럭을 몰고 급하게 집을 찾았다.
사흘 만에 찾은 집은 폭격을 맞은 듯 재로 변해 있었다.
집과 창고는 모두 무너져내렸지만, 오리와 거위들은 문이 열린 우리 안에 그대로 있었다. 깃털은 검게 그을렸지만 다친 곳은 없어 보였다.
부부는 가방에 챙겨온 먹이와 깨끗한 물을 주며 눈물을 글썽였다. 뭐라고 건질 것이 있을까 구석구석 뒤졌지만, 허탕이었다.
신씨는 “집은 물론 창고까지 내 손으로 정성껏 지었는데 이렇게 허망하게 무너질 수 있느냐”며 “공무원에게 피해 신고를 했는데 막막하다. 가족이 머물 수 있는 컨테이너라도 하나 지원해줬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한편 강원도에 따르면 강릉·동해·삼척지역 농가 34곳이 이번 산불로 총 2억3천457만 원의 피해를 본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