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보안업체 직원인 남성 2명에 맞아 쓰러진 여성, 폭행 혐의로 입건

By 이서현

인천 오피스텔에서 20대 남성들에게 폭행당한 여성이 폭행 피의자로 입건됐다.

이에 의문을 가진 MBC 기자가 당시 CCTV 영상을 보여주자, 경찰 관계자는 “여성의 정당방위가 성립되려면 여성이 가만히 있었어야 한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은 지난달 29일, 인천의 한 오피스텔 복도에서 30대 여성 A씨가 새벽에 택배를 정리하며 소음을 일으킨 것이 발단이 됐다.

MBC 뉴스

MBC 뉴스가 공개한 사건 당시 오피스텔 복도 CCTV 영상을 보면 A씨는 집 앞 복도에 쌓인 택배를 정리했다.

이때 남성들은 두어 차례 문을 빼꼼 열고 A씨가 택배 정리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몇 분 뒤 남성들이 잇따라 나와 A씨에게 무언가 말을 했고, 이 말을 들은 A씨는 택배를 바닥에 던졌다.

MBC 뉴스

A씨가 손을 올리고 남성이 A씨를 밀어내는 장면이 포착된 후 몸싸움이 시작됐다.

몸싸움 시작 8~9초 만에 A씨는 얼굴을 주먹으로 맞은 후 추가 타격에 중심을 잃었다.

남성이 본격적으로 주먹을 휘두르면서 A씨가 주저앉았지만 구타는 멈추지 않고 계속됐다.

MBC 뉴스

팔을 벌려 CCTV를 가리는 듯한 행동을 취하던 검은색 셔츠의 남성까지 가세해 A씨의 머리를 잡고 벽에 세 차례 충돌시켰고, 결국 A씨는 실신하듯 쓰러졌다.

이후 흰색 셔츠를 입은 남성은 “취객이 행패 부린다. 친구가 행패자와 대치 중”이라며 직접 경찰에 신고했다.

싸움이 시작되고 14분 후, 경찰이 출동할 당시에도 A씨는 누워 있었다.

MBC 뉴스

당시 출동 경찰은 폭행 사건 발생보고서에 “여성이 양쪽 이마에 혹이 난 채로 복도 바닥에 쓰러져 있었고, 말도 잘 못하고 의식이 흐릿한 상태였다”고 적었다.

구급대에 실려 간 A씨는 머리와 목, 척추 등을 다쳐 전치 6주 판정을 받았다.

사설 보안업체 직원으로 알려진 가해 남성들은 “여자인 줄 몰랐다”라며 A씨도 자신들을 때렸다고 주장했다.

또 보도 영상에 댓글을 남기며 A씨가 먼저 욕설하고 다가와 밀쳤는데, MBC가 이 장면을 내보내지 않았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MBC 뉴스

현재 남성 두 명은 ‘상해’ 혐의로 입건됐고, A씨는 ‘폭행’ 혐의로 입건된 상태다.

MBC 기자는 A씨가 쌍방폭행 피의자라는 설명과 CCTV 영상이 맞지 않다고 지적하며 이를 경찰 관계자에게 문의했다.

경찰 관계자는 CCTV 영상을 직접보지는 못하고 남성들의 진술과 담당 형사의 보고 내용만 받았다고 했다.

남성이 밀치면서 폭행이 시작된 것 아니냐며 CCTV 영상을 직접 보고 다시 판단해달라고 요청하자, 경찰 관계자는 “여성이 삿대질을 하니까 남성이 확 밀어버린 것”이라며 “여성의 정당방위가 성립되려면 여성이 가만히 있었어야 한다”고 말을 바꿨다.

MBC 뉴스

병원에 3주나 입원해야 했던 A씨는 지금도 신경외과와 정형외과, 정신과에서 통원 치료를 받고 있다.

A씨와 가해자의 집은 약 10m 정도로, 다시 집으로 들어갈 수 없었던 A씨는 퇴원 후 닷새간 외부 숙소를 전전하다 다른 집으로 이사를 한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 폐쇄회로(CC)TV 분석 등을 통해 A씨의 정당방위 여부 등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