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말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이하 대구모금회)에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 사별한 아내가 남긴 금을 어려운 이웃에게 써 달라는 손전헌(67·대구 남구)씨 전화였다.
이후 사무실을 방문한 손씨는 3800만원 상당의 10돈짜리 순금 13개를 건넸다.
그러면서 손씨는 “아내가 평생 모은 금이다”고 말했다. 손씨 아내 고(故) 김현화씨는 폐암 말기 진단을 받고 투병했으나 지난 1월 세상을 떠났다.
당시 치료 중 증상이 악화하자 김씨는 “우리 생활이 넉넉하지 않은데 혼자 남겨질 당신이 걱정된다”며 평생 모아온 금을 꺼냈다고 한다. 그러면서 “생활이 곤궁할 때 하나씩 팔아서 생계에 보태 쓰라”는 말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손씨는 한동안 아내를 잃은 슬픔에 잠겨있었다고 한다. 생활이 어려웠지만, 차마 이 금을 팔아서 쓸 수는 없었다고 한다.
금을 두고 고민하던 손씨는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하기로 결심했다.
손씨는 “죽기 전까지 나를 걱정하며 치료비를 아끼느라 제대로 치료도 받지 못하고 떠난 아내를 위해 좋은 일을 하고 싶었다”며 “아내가 남긴 소중한 유산이 좋은 일에 쓰여 하늘에서 아내가 기뻐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8일 대구모금회는 손씨 기부 소식을 전하며 손전헌·故김현화 부부가 98·99호 부부 나눔리더에 나란히 이름을 올리게 됐다고 밝혔다. 지난 3일에는 부부에게 기부 감사패를 전달했다.
강주현 대구모금회 사무처장은 “돌아가신 아내분이 남기신 유산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를 결심하신 사연이 가슴에 큰 울림을 준다”라며 “소중하고 고귀한 성금이 어려운 이웃에게 잘 전달 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