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을 먹으라며 호의를 베푸는 장애인을 때려 숨지게 한 60대 남성이 2심에서도 징역 3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2부는 상해치사 혐의로 기소된 A씨(66)에게 원심과 같은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8월, 서울 강서구의 한 아파트 놀이터에서 장애인 B씨를 만났다.
당시 B씨가 A씨에게 빵을 나눠 먹자고 제안했는데, A씨가 “너나 쳐먹어라”고 하며 두 사람의 말다툼이 시작됐다.
결국 몸싸움으로 이어졌고, A씨는 목발을 짚고 있던 B씨를 넘어뜨린 후 주먹과 발로 그의 머리를 수 차례 폭행했다.
외상성경막하출혈로 치료를 받던 B씨는 끝내 합병증인 급성 폐렴으로 사망했다.
법정에 선 A씨는 B씨가 목발로 자신의 다리를 공격했고, 이를 방어하기 위한 폭행이었다고 주장했다.
B씨는 ‘과잉방위’였다며 자신의 다리에 피멍이 든 사진을 제출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당시 CCTV 영상을 확인한 결과, B씨가 목발로 폭행하는 장면을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두 다리가 절단된 B씨는 목발에 의존하지 않고는 제대로 서 있을 수도 없는 상태였다.
재판부는 이런 B씨가 10초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에 A씨의 다리를 목발을 이용해 피멍이 들 정도로 강하게 때렸다는 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빵을 먹으라며 호의를 베푸는 피해자와 말다툼을 하다 폭행으로 사망에 이르게 한 죄질이 매우 무겁다”라며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했다.
A씨는 양형이 부당하다며 항소했으나, 2심 재판부는 원심과 같았다.
2심 재판부는 “A씨가 여전히 피해자에게 책임이 있다는 취지로 주장해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며 다만 “부양해야 할 가족들이 있는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고려해 형량을 정했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