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5살 딸과 산책하던 30대 남성이 하늘로 솟구치는 검은 연기를 목격했다.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불길로 뛰어든 이 남성은 강아지 목숨도 구하고 대형 화재로 번지는 것도 막았다.
15일 MBC 디지털 콘텐츠 ‘엠빅뉴스’는 지난 11일 경기도 수원의 한 택시회사에서 발생한 화재 사고 모습이 담긴 CCTV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 속에는 회사 건물 한쪽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이 담겨 있다.
추석 연휴 기간이라서 주변에는 아무도 없는 상태였다.
이때 근처에서 딸과 함께 자전거 타던 한 남성이 연기를 확인하더니 재빨리 뒷좌석에 탄 딸을 대피시켰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놀란 딸이 울음을 터뜨리자 잠시 다독여준 남성은 곧장 불이 난 곳으로 향했다.
그는 근처에 있던 소화기를 찾아 불을 꺼 보려 했지만, 오히려 시뻘건 불길이 치솟았다.
이때 불길 속에서 무엇인가를 발견한 남성.
건물 안 화장실로 급히 뛰어가더니 바가지에 물을 받아 뿌리고 불 속에 맨손을 집어넣었다.
잠시 후 남성의 손에 붙들려 나온 건 강아지 한 마리였다.
남성은 강아지를 안전한 곳에 대피시켰고, 다행히 얼마 안 가 소방차가 도착했다.
불이 난 곳에는 택시 10여 대가 주차돼 있고, 바로 옆에는 불이 옮겨붙기 쉬운 샌드위치 패널과 폐목재가 쌓인 고물상이 있었다.
하마터면 큰불로 이어질 수 있었던 상황이었지만, 남성 덕분에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이 남성은 알고 보니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재난대응과 원유환 소방장이었다.
원 소방장은 “소화기로 초기 진화하던 중에 화세가 더 커지면서 옆에 있던 강아지한테 불이 옮겨붙었다”라며 “화재 진압보다 강아지를 꺼내는 게 우선인 것 같아서 주변에 있던 물로 강아지에게 붙은 불을 끄고 (불길 속에서) 꺼냈다”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원 소방장은 강아지를 구하는 과정에서 손등에 2도 화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 받았다.
5살 딸은 처음 보는 화재 현장에 많이 놀랐지만, 이제는 아버지 영웅담을 친구들에게 자랑하며 뿌듯해했다고 한다.
원 소방장은 “소방관이라면 누구든 자신과 똑같이 행동했을 것”이라며 “많은 사람한테 선한 영향력이 전파됐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