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잠든 새벽 시간에 부산의 한 오피스텔 주차타워에서 대규모 화재가 발생했다.
불길이 건물 외벽을 타고 거세게 타오르면서 연기와 유독가스도 빠르게 퍼졌다.
주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이웃집 문을 두드리며 대피를 도와 큰 인명피해를 막았다.
지난 9일 MBN ‘뉴스7’은 이날 오전 6시 32분쯤 부산진구 부전동에 있는 23층 규모 오피스텔의 주차타워에서 화재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550여 세대가 거주하는 오피스텔동과 주차타워 건물이 붙어있는 구조다.
소방본부는 소방대원 200여 명 및 살수차 등 장비 70여 대를 동원해 진화에 나섰다.
불은 약 1시간 뒤인 오전 7시 23분쯤 진화됐다.
새벽 시간에 불이 나면서 자칫 큰 인명피해가 날 수도 있었지만, 참사를 막은 건 주민들이었다.
유독가스와 연기가 원룸 등이 모여 있는 주거시설로 빠르게 퍼지자 주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다른 집 현관문을 두드렸다.
해당 오피스텔 15층 입주민은 “어떤 분이 아주 세게 문을 강하게 두드렸다. ‘불이야 하면서’ 그래서 깜짝 놀라 일어나보니 복도에 연기가 스며들고 있었다”라고 회상했다.
22층 입주민은 “자고 있다가 갑자기 사람들이 ‘불이야’ 하면서 문을 두드려 주셔서 허겁지겁 나왔다”라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큰불이 났지만 550여 세대 입주민 중 35명이 연기를 마셔 이 중 7명이 호흡곤란 등으로 병원으로 옮겨졌을 뿐 큰 인명피해는 없었다.
한편, 불이 삽시간에 번진 이유는 드라이비트 공법으로 주차타워가 지어졌기 때문이다.
드라이비트 공법은 건물 외벽에 스티로폼을 붙이고 시멘트를 덧바르는 방식이다.
다른 공법들에 비해 공사비가 저렴하지만, 가연성 소재로 만들어져 불에 매우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불은 오피스텔로 번지지 않았지만, 주차타워 바로 옆 상가에 있는 마트와 세탁소 등은 잿더미가 됐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아래층에서 23층까지 ‘V자’ 형태로 불이 번져간 점을 근거로, 주차타워와 인근 상가건물 사이 바닥을 발화 지점으로 보고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