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피아노를 처분하러 갔다가 차마 팔지 못한 한 어머니의 사연이 재조명됐다.
어른들을 위한 초등학교인 ‘문해학교’에서 한글을 배우면서 인생이 달라졌다는 김정자 할머니.
나이가 들어 한글과 함께 배운 게 또 하나 있다며, 바로 ‘피아노’라고 했다.
원래는 골동품이 돼버린 피아노를 팔려고 했는데, 피아노값을 너무 안 주려고 했다.
시간이 많이 흘렀으니 값이 떨어지는 게 당연했지만, 할머니는 차마 피아노를 팔지 못했다.
어릴 적 운동장에서 들었던 풍금 소리가 좋았던 할머니는 훗날 딸에게 피아노를 사주고 싶었다.
자신은 그럴 기회가 없었지만, 딸은 그 예쁜 소리를 꼭 낼 줄 알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당시 250만 원이나 하는 피아노를 사기 위해 손수건 자르는 일을 시작했다. 한 장 자를 때마다 3원, 매일 100장을 잘라 300원씩 모았다.
그렇게 힘들게 산 피아노였다. 할머니의 꿈과 딸의 노력이 서린 물건을 헐값에 넘길 수 없었다.
할머니는 혼자서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매일 ‘도레미파솔라시도’만 치고 있으려니 아쉬운 마음이 들어 학원을 찾아갔다.
문 앞에서 서성이다가 용기 내 들어간 할머니는, 이제 바이엘을 칠 수 있게 되었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레슨비가 없어 혼자서 피아노를 연습하던 딸은 피아노를 전공했고, 딸이 치던 피아노 건반을 짚으며 할머니는 어릴 적 꿈을 이뤘다.
해당 사연은 지난 2019년 10월 8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처음 소개됐고, 지난 4일 유튜브 채널을 통해 다시 소개됐다.
이날 방송에서는 특별한 초등학교인 서울 마포구 양원초등학교를 찾아가 만학도 자기님들과 배움의 의미에 대해 되새기는 시간을 가졌다.
양원초등학교는 어른들을 대상으로 한 초등학교로 문해(문자해독) 교육이 이뤄지는 곳이다.
8남매의 맏딸로 태어나 한국전쟁을 거치며 생계를 위해 안 해 본 일이 없다는 김정자 할머니는 한글을 배우고 “인생이 바뀌었다”며 “모든 것이 다 즐겁고 하나하나 아는 게, 눈을 떴으니까 좋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