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노인이 중환자 병실 침대째 실려와 은행을 방문했다는 사연이 전해졌다.
80대 A씨가 뇌경색으로 쓰러져 중환자실에 입원하자, A씨의 가족들은 급히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A씨의 통장에서 돈을 찾으려고 했다.
가족들은 은행에 상황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했다.
그러나 은행 측은 “긴급한 수술비에 한해 은행이 병원에 직접 이체할 수 있으며, 이외에는 예금주 본인이 직접 방문해야 돈을 찾을 수 있다”며 거절했다.
당시 A씨는 중환자실에서 콧줄을 단채 움직이지도 못하는 상태였다.
병원 측에서도 A씨의 상태를 염려해 외출은 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A씨 가족은 “은행 직원은 반드시 직접 와야 한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했다”라며 “본인 명의로 돈이 있는데 자식이 돈이 없으면 병원 진료도 못 받는다는 것이냐”고 토로했다.
결국 A씨는 사설 구급차를 불러 중환자실 침대에 실린 채 은행을 방문했다.
은행 관계자는 “정기예금의 경우 예금주 본인 확인을 거친 뒤 인출해주는 것이 원칙”이라며 “다만 예금주가 의사능력이 없다는 진단서가 있는 경우 긴급한 수술비 등에 대해서는 병원 계좌로 직접 이체하는 방식으로 예금을 지급하고 있다. 이는 금융감독원의 협조 요청에 따라 마련한 내부 규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제삼자가 예금을 수령할 경우 가족 간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고, 이로 인해 은행 직원이 송사에 휘말리기도 한다”며 “긴급한 수술비 등의 예외적인 지급은 예금자 보호 차원에서 내부 규정에 부합하는 경우에만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금융감독원은 2013년 예금주 의식불명의 경우 금융회사가 병원비 범위 내에서 병원 계좌에 직접 이첩 처리하는 등 제한적 방식으로 예금 인출이 가능하도록 협조해달라고 금융회사들에 요청한 바 있다.
은행마다 예외가 허용되는 대상과 범위, 지급방식과 절차 등이 다를 수 있어 고객은 이를 따라야만 하는 상황이다.
A씨 가족에 따르면 A씨가 정기예금을 보유한 다른 은행에서는 의사소견서 등을 확인한 뒤 병원비를 병원 계좌에 직접 이체하는 방식으로 A씨의 예금을 인출해줬다고 한다.
A씨는 “충분히 서류상으로 처리할 방법이 있는데 80대 중환자가 예금을 찾기 위해 은행에 반드시 오도록 한 것은 고객의 사정은 전혀 생각하지 않는 은행의 갑질, 횡포라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