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관광객들이 베트남 항공사에 코로나19 음성 확인서를 제출했다가 퇴짜를 맞아 뒷돈을 주고 재검받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최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23일(현지시간) 오후 11시쯤 하노이 노이바이 국제공항에서 베트남 저가항공사인 비엣젯 여객기에 탑승하려던 이모 씨(50) 등 일행 3명은 수속 카운터에서 황당한 일을 겪었다.
이들은 이날 오전 호텔 인근 병원에서 받은 신속 항원검사 음성 확인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담당 직원은 “인천공항 검역소에서 인정하지 않는 검사 방법”이라며 “내일 출발하는 여객기를 다시 알아보라”고 말했다.
이씨 일행은 강하게 항의했지만 소용이 없자 직원이 알려준 발권 오피스로 향했다.
그때 현지인 브로커가 접근해 음성확인서를 다시 받아 예정대로 탑승할 수 있게 해주겠다며 1인당 검사비 100만 동과 택시비로 총 400만 동(23만 원)을 요구했다.
이씨 일행은 대한항공도 이 병원에서 발급한 음성확인서를 인정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급한 마음에 이끌려 택시를 타고 다른 검사소로 향했다.
음성확인서를 다시 발급받아 한국으로 돌아온 이들은 이후 1인당 검사비가 15만 동이었고 브로커가 나머지 85만 동을 챙긴 것을 알게 됐다.
비엣젯 측은 “음성 확인서에 검사 방법과 관련해 ‘판비오(Panbio)’라는 생소한 단어가 있었다. 인천공항 검역소에 확인한 결과 ‘인정하기 어렵다’는 답변을 들어서 이같이 조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천공항 검역소 관계자는 “당일 비엣젯 측에서 판비오 검사법 인정 여부를 물어와서 ‘의사 감독 하에 하면 가능하니 승객에게 확인해 달라’고 했지만 항공사 측은 확인이 어렵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이어 “아무래도 비엣젯이 현지의 상황을 잘 알 거라고 판단해 ‘그렇다면 인정하기 어려울 거 같다’고 보수적으로 답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비엣젯 수속 카운터 앞에서는 이씨 등 피해자들이 대기 중이었고 음성 확인서에는 담당 의사의 서명이 적혀 있었지만, 비엣젯 직원은 이와 관련해 적극적으로 확인하지 않았던 것.
이씨 일행은 항공사 직원과 브로커 간 모종의 연계가 있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음성확인서가 문제가 있다면서도 직원은 다른 검사소를 알려주지 않았고, 발권 오피스로 가자마자 브로커가 접근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이날 또 다른 한국인 커플도 베트남어도 된 음성확인서를 들고 왔다가 한국어와 영문이 아니라는 이유로 퇴짜를 맞은 뒤 브로커를 통해 재검을 받고 탑승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공항 검역소는 검사방법과 결과가 영어로 기재됐으면 베트남어로 된 확인서도 인정하고 있다.
앞서 지난 7월에도 하노이에서 한국으로 귀국하려던 한국인 가족이 비엣젯 직원에게 음성확인서가 영문이 아니라고 퇴짜를 맞았다.
이들 역시 브로커를 통해 1인당 170만동을 주고 병원에서 음성 확인서를 받은 뒤에야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한인단체의 한 관계자는 “현지 최대 여행객인 한국인들을 호구로 여기지 않고서는 이같은 짓을 할 수 없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우리나라는 해외에서 귀국시 출발 48시간 전에 유전자 증폭(PCR) 검사 또는 출발 24시간 전 신속항원검사 음성 확인서를 받아야 한다.
이런 사례들이 본국의 규정을 악용한 것인 만큼 한국 정부 차원의 대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방역당국은 오는 9월 3일부터 입국 전 코로나19 음성확인서 제출 의무를 중단한다고 지난달 31일 발표했다.
한편, 베트남 통계청(GSO)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현지에 들어온 한국인 여행객은 19만6천여명으로 전체 외국인 여행객의 20%에 달하는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