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말처럼 잘살아 보겠다는 강한 신념이 있다면 반드시 방법이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없는 자의 비애감을 내 이웃들은 느끼지 않도록 도와주고 싶습니다”
반 세기 넘게 봉사와 기부를 이어오며 ‘의령 봉사왕’으로 불렸던 공도연 할머니가 별세했다. 향년 82세. 평생을 나누며 살아왔던 공 할머니는 마지막으로 “해부학 연구실에 시신을 기증하라”는 유언을 남겼다.
경남 의령군은 공 할머니가 9월 13일 노환으로 별세했다고 20일 밝혔다. 의령군 관계자는 “공 할머니의 빈소가 경남 창원시에 차려진 탓에 사망 소식을 뒤늦게 알게 됐다”라고 말했다.
공 할머니는 17세에 천막집에서 시집살이를 시작해 이웃에게 밥 동냥을 해야할 정도로 어렵게 생활했다.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낮에는 남의 집 밭일과 봇짐 장사를 하고, 밤에는 뜨개질을 해 내다 팔았다. 그렇게 돈을 모아 구멍가게를 운영하고, 1000평의 논을 사들여 벼농사를 시작했다.
공 할머니는 30대부터는 주변에서 ‘부잣집’ 소리도 듣기 시작했다. 할머니는 이때부터 사회활동과 이웃돕기 봉사에 나섰다.
이웃들은 할머니에 대한 고마움으로 1976년 송산국민학교에 ‘사랑의 어머니’ 동상을 건립했다.
공 할머니는 1999년부터 빼곡히 써 내려온 봉사 일기에 ‘어려운 사람, 아픈 사람이 차에서 내려도 일일이 모두 다 보살피지 못해서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라고 적기도 했다.
또 “가난해 보지 못한 사람은 가난의 아픔과 시련을 알지 못할 것입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말처럼 잘살아 보겠다는 강한 신념이 있다면 반드시 방법이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없는 자의 비애감을 내 이웃들은 느끼지 않도록 도와주고 싶습니다”라고도 적었다.
1985년 주민 의료시설이 없는 것을 안타깝게 여긴 공 할머니는 대지 225㎡(약 68평)을 구입한 후 의령군에 기탁해 송산보건진료소를 지을 수 있게 했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는 장학금을 선뜻 내놓았고, 매년 불우 이웃돕기에 한 해도 거리지 않고 참여했다.
공 할머니는 새마을부녀회장 등 사회단체장을 다수 맡아 동네 여성들에게 한글과 자전거 타기를 가르쳤다. 몇 년 전에는 35㎏의 작은 몸으로 손수레를 끌면서 나물을 내다 팔고, 고물을 주워 번 돈으로 기부했다.
이런 선행으로 공 할머니는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부터 별세하기 전까지 관련 표창·훈장만 60번 넘게 받았다. 2020년 문재인 정부 당시에는 사회공헌과 모범 노인 자격으로 국민훈장 석류장을 받았다.
자녀들은 고인 뜻에 따라 공 할머니 시신을 해부학 연구를 위한 실습용으로 경상국립대에 기증했다. 공 할머니의 장남 박해곤 씨(63)는 “(시신 기증으로) 발인을 못 해 자식으로 마음이 안 좋지만 이것도 어머니의 뜻”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