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카스의 아버지’ 동아쏘시오그룹 강신호 명예회장이 3일 별세했다. 향년 96세.
1927년 경북 상주에서 고(故) 강중희 동아쏘시오그룹 창업주의 1남 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난 강 명예회장은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독일 프라이부르크대에서 박사 과정을 마친 뒤 1959년부터 동아제약에 입사했다.
그의 대표작은 1961년 개발한 피로 해소제 박카스다. 박카스D는 1963년 8월 완성된 후 출시 이듬해 시장 1위에 올랐다. 2013년 지주사 체제 전환 전까지 47년간 동아제약의 밑거름이 됐다고 평가받는다. 판피린, 써큐란, 가그린 등도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강 명예회장은 훌륭한 작명가였는데 스페인어로 전진을 뜻하는 현대자동차의 아반떼는 그가 이름을 지어 정몽구 회장에게 선물했다.
강 명예회장은 또 아드리아마이신 유도체 항암제 ‘DA-125’를 1994년 보건복지부로부터 국내 최초 임상시험용 의약품으로 승인받고, 국내 최초이자 세계 네 번째 발기부전 치료제인 ‘자이데나’와 당뇨병 치료제 ‘슈가논’ 등의 개발을 이끌며 국산 신약 발전에도 기여했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미로 ‘사회’라는 의미가 담긴 ‘쏘시오'(SOCIO) 라는 단어를 기업명에 넣어 1994년 동아제약 그룹을 동아쏘시오그룹으로 바꾼 것도 그의 생각이었다.
1987년에는 사재로 수석문화재단을 설립해 1천900명 이상의 장학생을 배출했으며 제약 산업 경영인으로는 최초로 전국경제인연합회장을 맡았다.
2017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후에도 그는 산업계 기술 개발 활동을 지원한 점 등을 인정받아 2002년 과학기술 분야 최고 훈장인 창조장을 수훈했다.
“인생이란 기억했던 일은 잊게 되고 얻은 것은 언젠가 잃게 마련이다. 물질 또한 인생살이에 필요한 만큼 있으면 족한 것이 아닐까? 여분이 있으면 나누어 주기도 하고 버려야 할 때는 버릴 줄도 알아야 한다. 먼 인생길에는 짐이 가벼울수록 좋은 법이다.”
2002년 동아제약 70년 사진집에 당시 70대의 강 명예회장이 남긴 말이다.
강 명예회장의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1호실이고, 발인은 오는 5일 오전 6시 30분이다. 유족으로는 자녀 정석·문석·우석·인경·영록·윤경 씨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