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시한부 심장질환 환자에 ‘돼지 심장’ 이식 첫 시행

By 김우성

미국에서 ‘돼지 심장’을 말기 심장질환 환자에게 이식하는 수술이 세계 처음으로 진행됐다.

지난 10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미국 매릴랜드대 의대와 의료센터 연구진이 데이비드 베넷(57)에게 지난 7일 이식 수술을 시행했다.

[좌] 유전자 조작 돼지 심장 이식 수술을 집도한 메릴랜드대 바틀리 P. 그리피스 박사(왼쪽)와 심장을 이식받은 데이비드 베넷(57) 씨. / 메릴랜드대 의대 제공, 연합뉴스, [우] 연구팀이 이식용 장기 생산을 위해 사육하고 있는 유전자 조작 돼지의 2020년 12월 사진. / 연합뉴스
베넷은 인체 장기를 이식받지 못해 다른 선택지가 없는 시한부 심장질환자로, 의료진은 그에게 동의를 구한 뒤 유전자를 조작한 돼지의 심장을 이식했다.

현재 베넷은 즉각적인 거부반응 없이 사흘째 회복 중이며, 이식된 심장은 사람의 것처럼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의료진은 밝혔다.

성공 여부를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지만, 의료진은 동물 장기이식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되는 즉각적인 거부반응이 없다는 점에서 성공을 기대하고 있다.

이 수술은 앞서 신부전증을 앓는 뇌사 상태 환자에게 유전자 조작 돼지 신장을 이식해 거부반응 없이 정상 작동하는 것을 확인한 데 이어 진행됐다.

이번 이식에는 이식 후 즉각적인 거부반응을 유도하는 유전자 10개를 조작한 돼지의 심장이 사용됐다. 또 인체에서 외부 장기를 받아들이는 역할을 하는 인간 유전자 6개를 돼지 유전체에 삽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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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을 하루 앞두고 베넷은 “남은 건 죽거나 돼지 심장을 이식받는 것뿐이다. 나는 살고 싶다. 성공할 가능성을 알 수 없는 시도라는 걸 알지만, 수술이 마지막 나의 선택이다. 회복한 후 침대에서 일어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종 간 장이이식 시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84년 개코원숭이의 심장을 이식한 영아가 21일간 생존했으나 거부반응으로 결국 사망했다.

하지만 사람으로부터 사람에게로 전달되는 이식용 장기는 전 세계적으로 매우 부족하기 때문에 많은 과학자가 동물의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하기 위해 수십 년간 연구 중이다.

유전자 조작 돼지를 이용한 이식용 장기 생산 연구는 10여 년간 유전자 편집과 복제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장기 부족 문제를 해결할 가장 유력한 대안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