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광주 북구에서 식사를 마치고 나온 4명의 형사들이 길가에 서 있는 60대 어르신과 20대 여성을 보고서 걸음을 멈춰섰다.
타 사건 수사를 위해 출장을 온 이들은 처음엔 둘이 중고거래라도 하나 싶어 지켜봤지만 계속해서 서로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
할아버지가 몰고 온 자동차 안을 쳐다보니 두툼해 보이는 쇼핑백이 눈에 보였다.
이들은 더 가까이 다가가서 이야기를 자세히 들어봤다. 수화기 속 누군가가 할아버지에게 ‘자신이 보낸 직원을 바꿔달라’라고 말한다.
할아버지로부터 전화기를 건네받은 20대 여성이 상대방과 이야기를 나누더니 쇼핑백을 건네받으려고 했다.
바로 그때, 형사들이 이들에게 다가가 “저희 부산에서 온 경찰들인데요. 이야기를 듣다보니 좀 수상해서요”라고 말했다.
전화기를 건네받아 상대방에게 소속을 밝히자 상대방이 갑자기 전화를 끊어버렸다.
20대 여성에게 “은행 직원이 맞느냐”고 추궁하자, 방금까지 할아버지에게 ‘A은행 직원’이라고 주장하던 그녀가 그제야 아니라고 사실을 실토했다.
이 와중에 할아버지는 “경찰이 진짜 맞느냐. 은행 직원을 만나는 중인데 왜 끼어드느냐”라고 따졌다.
할아버지가 여성에게 건네려던 쇼핑백에는 5만원짜리 현금다발로 1300만원이 들어있었다.
경찰들은 관할인 광주 북부경찰서 순찰차를 호출해 20대 여성을 현장에서 체포했다. 관할서에 해당 여성을 사기 혐의로 입건시키도록 인계한 뒤 이들은 광주에서의 출장을 마치고 부산으로 복귀했다.
강력1팀장 배병진 경감은 “금융기관은 절대 만나서 돈을 요구하지 않는다. 만나서 돈을 요구하는 경우 100% 보이스피싱”이라며 “일반 시민들께서도 이런 사연들이 알려지면서 범죄의 특성을 인지할 수 있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 많은 관심을 가져 주시기 바란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