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가던 중 ‘묻지마 폭행’을 당한 남성이 정당방위를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사건은 폭행을 당한 A씨가 지난 8월 온라인 커뮤니티에 ‘묻지마폭행을 당했는데 제가 오히려 전과자가 되게 생겼습니다’라는 글을 올리며 알려졌다.
A씨에 따르면 사건은 2021년 10월 29월 오전 8시께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서 벌어졌다.
편의점 야간근무를 마치고 퇴근하던 A씨 뒤로 차량이 다가와 ‘빵’하고 경적을 울렸다.
깜짝 놀란 A씨는 무심코 “아이X 깜짝이야”라고 했고, 차를 멈춘 운전자가 갑자기 A씨에게 달려들어 목을 치고, 몸을 밀쳤다.
A씨는 운전자의 옷가지를 붙잡고 저항했지만, 운전자는 계속해서 A씨의 목을 조르고 어깨를 밀쳤다.
당시 운전자는 ‘어린놈의 XX가’ ‘너 한번 죽어봐라’ 등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설과 고함을 내뱉었다고 한다.
이후 뒤따라오던 다른 차주가 말리면서 두 사람은 떨어졌고, 운전자는 그대로 현장을 떠났다.
A씨는 그 자리에서 즉시 경찰에 신고했지만 “차주가 도주했기 때문에 직접 고소하시라”는 답을 들었다.
결국 A씨는 병원으로 가 직접 치료받고, 상해진단서를 끊어 경찰서에 고소를 진행했다.
이후 운전자는 “50만원 드릴 테니 계좌번호 주시든지 (고소) 진행하시든지 마음대로 해라. 나도 모욕죄, 쌍방 상해진단서 끊을 것”이이라며 “그쪽이 욕해서 원인 제공했고 나도 당신 때문에 치료받는 동안 회사 못 다녀서 손해 본 거 소송 넣겠다. 우리 회사 법무팀 있다”라고 쌍방폭행을 주장했다.
A씨가 이에 응하지 않자, 운전자는 A씨를 쌍방폭행 혐의 등으로 고소했다.
당시 사건을 처리한 서울 방배경찰서는 “A씨의 행동은 ‘소극적 방어’ 수준을 넘은 쌍방폭행으로 봐야 한다”며 “쌍방폭행 여부는 ‘폭행의 시작이 누구였는지’보다는 ‘폭행의 방어 수준이 어느 정도였는지’ 등을 따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억울했던 A씨는 “갑자기 멱살 잡혀서 팔만 잡고 저항한 게 어떻게 폭행이냐”고 항변했다.
담당 경찰은 “먼저 공격당해도 바로 뒷짐 지고 10분이고 20분이고 맞고 있어야 정당방위가 인정된다. 여기는 미국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실제로 YTN 뉴스가 올해 확정된 정방방위, 폭행 판결문을 살펴본 결과 전체 390여 건 가운데 유죄는 360건인 92%, 대다수가 정당방위를 인정받지 못했다.
무죄는 8%에 불과했는데, 상대방이 먼저 폭행하는 상황에서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손으로 미는 등 최소한으로 물리력을 행사한 게 대부분이었다.
A씨 사건에 대한 1심 법원의 결론도 정당방위를 넘어선 폭행이었다.
재판부는 운전자가 먼저 상황을 유발하긴 했지만, A씨도 이에 대응해 욕을 하며 멱살을 잡고 운전자를 밀어붙였다가 다시 끌어당기는 등 유형력을 행사했다고 판단했다.
또, 다른 사람이 두 사람을 말리는데도 멱살을 잡은 채 대치한 것은 방어행위를 넘은 공격행위라며 벌금 50만 원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