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회복이 시작되면서 거리는 팬데믹 이전의 모습을 되찾고 있다. 반면 전혀 그러지 못하는 것도 있는데, 바로 목욕탕이다.
여전히 밀폐된 공간은 좀 부담스럽고, 목욕 문화가 바뀌다 보니 좀처럼 찾는 이가 없다. 줄어든 손님에 목욕탕 주인들은 폐업하려고 해도 쉽지 않다고 한다.
목욕탕 굴뚝 철거가 무척 어렵기 때문이다. 굴뚝 종류에 따라 다르겠지만, 많게는 5,000만~6,000만 원까지도 철거 비용이 든다고 한다.
매출이 없어도 굴뚝 철거 비용이 없어 어쩔 수 없이 문을 여는 경우도 많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다.
다른 문제도 있다. 목욕탕 굴뚝이 붕괴할 위험이 높다는 것이다.
목욕탕 굴뚝은 1970년대 전후 지어진 것이 대부분이다. 당시 물을 데우던 연료는 대부분 목재나 벙커C유였다. 정부는 당시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 20m 이상 높이의 굴뚝 설치를 의무화했다.
그런데 1990년대 후반부터 목욕탕들이 가스보일러 등을 사용하면서 굴뚝이 필요 없게 됐다. 하지만 철거 비용 때문에 철거를 미룬 목욕탕들이 대부분이다.
지난해 여름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의 한 목욕탕에 설치된 높이 25m의 굴뚝에서 콘크리트 파편이 떨어지는 사고가 있었다. 점검 결과, 목욕탕 굴뚝 꼭대기 일부의 콘크리트가 무너진 것으로 확인됐다.
목욕탕은 폐업했어도 굴뚝은 그대로 남아 있는 경우도 있다. 의창구 주민들은 “누가 관리를 하는지도 모르겠다”며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굴뚝 때문에 두려움에 떨고 있다고 경향신문은 전했다.
자치단체가 정밀안전진단을 실시해 E등급이 나오면 임의로 철거한 뒤 비용을 청구할 수 있으나 안전진단 비용이 철거 비용의 절반 수준이어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실정이다.
삶은 계란과 바나나우유, 때밀이. 누군가에게는 추억일 동네 목욕탕들이 하나둘 사라지면서 오래된 굴뚝은 골칫거리로 전락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