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 여왕’ 김연아가 도핑 규정을 위반한 러시아의 카밀라 발리예바의 올림픽 출전 허용을 비판했다.
김연아는 14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검은색 이미지와 함께 영문으로 작성된 메시지를 올렸다.
그는 “도핑을 위반한 운동선수는 경기에 출전할 수 없다”며 “이 원칙은 예외 없이 지켜져야 한다. 모든 선수의 노력과 꿈은 똑같이 소중하다”고 적었다.
대상을 밝히진 않았지만 이 글은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 결정을 겨냥한 것이다.
이날 CAS는 “발리예바에게 잠정 자격정지 처분이 부과되면 안 된다고 결정했다”며 발리예바의 올림픽 출전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미성년자인 발리예바가 세계반도핑기구(WADA)에 따른 보호대상자라는 점, 올림픽 기간에 나타난 양성반응이 아니라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발리예바는 15일부터 시작하는 베이징 겨울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 개인전에 출전할 수 있게 됐다.
피겨 신성 발리예바는 국제대회에서 신기록을 연달아 갈아치우며 여자 싱글 피겨 스케이팅 세계 랭킹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선수권대회에서 제출한 소변 샘플에서 금지 약물 성분인 트리메타지딘이 검출됐다.
김연아가 자신의 생각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김연아는 8년 전 소치올림픽 당시 도핑 의혹이 불거졌을 때도 냉정함을 잃지 않았다.
그는 완벽한 경기 운영에도 실수를 범한 소트니코바에게 밀려 은메달에 머물러야 했다.
더욱이 소트니코바에 대한 금지 약물 복용 의혹까지 불거졌다.
국내 언론은 물론 외신들도 ‘스캔들’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결과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런데도 침묵했고 묵묵히 결과를 받아들였다.
김연아는 당시 경기 결과에 대해 “아무런 미련이 없다. 그냥 끝이 났으니 끝이라고 생각한다”며 “‘나보다 더 간절한 사람에게 금메달을 줬다고 생각하자’고 (어머니와)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그런 김연아가 8년 만에 이례적으로 ‘도핑’에 대한 부당성을 공개적으로 전한 것.
후배들과 4년을 위해 고생한 선수들을 위해 강경 발언을 한 것은 ‘피겨 여왕’ 다운 모습이다.
전 세계 피겨 팬들도 조용하던 김연아의 일침에 주목했고 “김연아는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다” “김연아가 나에 대해 그런 글을 썼다면 은퇴하고 대기중으로 증발했을 것” “피겨스케이팅 레전드의 보기 드문 질책” “학급의 조용한 아이가 목소리를 내는 건 정말 나쁜 일이라는 걸 알잖아” 등의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