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으니 먼저 쓰세요.”
현금자동인출기(ATM기)를 먼저 사용하라며 자리를 양보한 20대 청년.
그러나 자리를 양보 받은 시민은 이 청년을 경찰에 신고했다.
청년이 두고 간 ‘수상한 영수증’ 때문이다.
지난 25일 경찰청 유튜브에는 ‘예의 바른 청년이 남기고 간 영수증’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에는 지난 7월 29일 경기 김포시 한 아파트 단지의 ATM 부스에서 발생한 일이 담겨 있다.
당시 화물차 기사인 남성 A씨는 현금을 인출하기 위해 해당 ATM기 부스를 찾았다.
이 부스는 기계가 한 대만 놓여 있어 성인 한 명이 들어가면 꽉 찰 정도의 작은 공간이었다.
당시 부스에선 먼저 온 20대 청년 B씨가 현금을 입금하고 있었다.
A씨는 다음 차례를 기다리기 위해 부스 밖에 서 있다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자 고개를 내밀고 부스 안을 살폈다.
B씨는 검은 가방을 바닥에 내려놓고 오만 원권을 꺼내 입금하는 행위를 반복하고 있었다.
A씨가 수상함을 감지한 순간 B씨가 부스 밖을 나와 A씨에게 말을 걸었다.
B씨는 “오래 걸릴 것 같다”라며 예의 바른 태도로 A씨에게 순서를 양보했다.
B씨의 배려로 부스에 들어선 A씨는 ATM기 주변에 영수증이 여러 장 버려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영수증마다 같은 이름으로 100만 원씩 입금된 기록이 남아 있었다.
또한 수령인은 한국인 명의가 아닌 중국인 명의였다.
수상하게 여긴 A씨는 영수증을 챙겨 나와 파출소에 알렸고, 출동한 경찰은 현행범으로 B씨를 체포했다.
A씨 예상대로 B씨는 보이스피싱 현금 수거책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B씨는 보이스피싱 피해자로부터 3000만 원을 받아 정해진 계좌로 송금 중이었다.
경찰은 현장에서 압수한 2100만 원을 피해자에게 돌려줬고, 이미 송금된 900만 원에 대해서는 계좌 추적 등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신고인 A씨에 대해서는 표창장과 보상금을 수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