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보이지 않는 아빠가 18개월 아들을 홀로 키웠다.
부부가 힘을 합쳐도 쉽지 않은 게 육아인데 맹인 아빠는 얼마나 고군분투했을까.
어느덧 19살이 된 아들이 과거 아빠가 홀로 자신을 키우는 모습을 영상으로 처음 마주했다.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에 출연했던 맹인 아빠 김종호 씨와 아들 대건 씨의 이야기다.
부자의 사연은 지난 2003년 방송을 통해 처음 알려졌다.
선천성 백내장으로 앞을 보지 못하는 김씨는 아이가 태어난 지 6개월 만에 집을 나간 아내를 대신해 홀로 아이를 키웠다.
아이는 아빠를 닮아 생후 3개월에 선천성 백내장을 앓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했다.
아이가 예쁘다고 하자 보이지 않으니 아들이 예쁜지 미운지도 모르겠다던 맹인 아빠.
힘든 상황에서도 그는 젖동냥하러 다니고 분유를 탔다. 또 물을 받아 목욕시켰고, 기저귀를 갈았다.
당시 부자의 사연은 후원금 콘서트가 열리는 등 큰 화제가 됐다.
16년이 흐른 후, 19살이 된 아들 대건 씨가 어린 시절 모습이 담긴 영상을 보고 싶다며 방송국에 연락했다.
그렇게 부자의 사연은 2019년 또다시 전파를 탔다.
김씨는 “내가 혼자 키웠나 하는 걸 믿기 힘들 정도로 아이가 잘 자랐다”라며 아들의 상장을 꺼내 자랑했다.
그동안 후원금 등으로 대건 씨는 인공수정체 삽입 수술을 받아 시력을 되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가 생기면서 여러 번의 재수술에도 한쪽 눈은 완전히 실명했고, 학교도 일반고에서 맹인학교로 옮겼다고 했다.
어엿한 청년이 된 대건 씨에게 제작진은 16년 전 방송을 보여줬다.
무한한 사랑으로 자신을 돌보는 아빠의 모습에 대건 씨는 조용히 눈물을 훔쳤다.
제작진이 아들이 운다고 알려주자 김씨는 “울고 있냐. 다 커서 왜 우냐”라고 토닥였다.
대건 씨는 조용히 아빠의 손을 끌어와 잡았고 “아빠 때문에 행복했던 것 같다. 상상도 못 했다. 아빠가 해주신 게 너무 고맙고 감동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아빠가 잘 키워주셨으니 성인이 된 내가 이제는 잘 돌봐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덧붙였다.
부자의 모습에 시청자들은 “아버님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사랑으로 키워주셔서 대건이도 너무 잘 컸네요” “볼 때마다 눈물이 나네요” “아버지가 얼마나 외롭고 힘든 시간을 보냈을지” “두 분이 삶을 대하는 자세에서 많이 배웁니다” “참 좋은 아버지와 멋진 아들” 등의 댓글로 응원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