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록도 천사’ 고(故) 마가렛 피사렉(향년 88세) 간호사가 고향에서 영면한 가운데 자신의 시신 마저 남김없이 주고 떠났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마가렛 간호사의 시신은 티롤주 주립병원이기도 한 인스부르크 의대 병원에 안치돼 있다. 고인의 주검은 장례 후 이 대학 의학부 해부학실에 기증될 예정이다.
마가렛 간호사의 동생인 노베르트 피사렉씨는 최근 지인들에게 “고인이 세상을 떠나면 시신을 의대에 기증하겠다는 뜻을 스스로 오래전부터 내비쳤다”라며 “소록도에서 오스트리아로 돌아왔을 때쯤부터다”라고 전했다.
마가렛 간호사는 나이가 늘어 환자들을 돌보기 어려워지자 “섬사람들에게 부담 주기 싫다”라며 편지 한 장만 남긴 채 2005년 11월 조용히 오스트리아로 귀국했다.
폴란드 태생인 마가렛 간호사는 오스트리아 국립간호대학을 졸업한 뒤 1966년부터 전남 소록도에 격리 수용된 한센인을 돌보며 39년간 봉사했다.
오스트리아로 귀국 후 경증 치매를 앓으며 요양원에서 생활한 마가렛 간호사는 최근 대퇴골 골절로 수술을 받던 중 지난달 29일 88세로 세상을 떠났다.
우리 정부는 마가렛과 마리안느에게 국민포장(1972), 대통령 표창(1983), 국민훈장 모란장(1996) 등을 수여했다.
마가렛은 숨지기 전까지 소록도에 마음을 놔두고 왔음을 되뇌었고, 그녀의 방에는 ‘無(없을 무)’자가 걸려있었다고 한다.
국립소록도병원은 이들이 살던 집을 ‘마리안느 스퇴거와 마가렛 피사렉의 집’으로 명명했다.
마리안느는 고지선, 마가렛은 백수선이라는 한국 이름도 갖고있다. 이들은 2016년 대한민국 명예국민으로 선정됐으며 대한간호협회의 명예 회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