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전북 김제의 마늘밭에서 오만원권 22만장, 무려 110억 원의 현금다발이 발견됐다.
돈을 발견한 것은 굴착기 기사 안세현(56)씨의 신고 덕분이었다.
당시 마늘밭 주인의 부탁으로 나무를 옮겨 심는 작업을 했던 안 씨는 느닷없이 주인에게 “밭에 묻어뒀던 돈을 가져간 것 아니냐”며 추궁당했다.
영문도 모른 채 억울한 누명을 쓰게 된 안 씨는 자신의 떳떳함을 밝히기 위해 경찰에 자진 신고했다.
그런데 경찰이 지켜보는 자리에서 안 씨가 굴착기로 땅을 파자, 검은색 비닐봉지에 쌓인 돈들이 줄줄이 나오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이 돈은 마늘밭 주인 부부가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던 동생의 부탁으로 땅에 숨겨놓은 돈이었다.
돈 일부를 써버렸던 주인 부부가 동생의 출소 시기가 다가오자 굴착기 기사 안 씨에게 도둑맞은 것처럼 하기 위해 그를 의심하는 척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안 씨의 신고 덕분에 불법 자금을 발견할 수 있었지만, 정작 안 씨는 그 사건 이후로 도망 다니면서 개명까지 했다고 한다.
10년 뒤인 지난해 11월 KBS ‘굿모닝 대한민국 라이브’에 출연한 안 씨는 “그때는 (사건과 관련된) 조직폭력배가 이름으로 추적할까 봐 불안했다”며 “사는 게 사는 게 아니었다”고 말했다.
사복 경찰들이 그의 집 주위에서 잠복했고, 수화기만 들면 파출소로 연결되는 핫라인도 설치됐다. 그래도 불안해서 총기 허가증을 받아 가스총까지 샀다고 한다.
사람들의 지나친 관심과 억측이 그의 몸과 마음을 힘들게 했다. 식당을 운영했던 안씨의 아내 역시 스트레스를 받아 장사를 접었다고 한다.
그는 “그때부터 술로 살다가 병이 생겼다”며 “2018년 10월 간암 치료를 세 번 받았다”고 밝혔다. 수술은 잘됐지만 완치라고 볼 수는 없어 꾸준히 약을 먹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신고로 인해 안 씨가 받은 돈은 포상금 200만 원이 전부였다.
주인이 잃어버린 돈이면 습득자는 유실물법에 따라 5~20%의 돈을 보상금으로 받을 수 있지만, 해당 돈은 범죄수익이기 때문에 국가가 모두 환수하는 것이 원칙이다.
안 씨는 방송에 출연하게 된 이유에 관해 “남들이 ‘저 사람 돈을 몰래 빼 왔을 것이다’, ‘어딘가에 은닉해놨을 거다’라고 이야기한다”며 “밖에 나가면 다들 ‘좀 나눠 쓰자’고 한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스트레스가 엄청나다”고 말했다.
이어 “10원짜리 하나 없이 깔끔하게 살아왔다”며 “주위 사람들이 그런 식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너무 따갑고 안 좋다. 이번에 방송 나가면 그런 잘못된 생각들은 안 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