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골 오싹하게 만든 ‘수리남’ 실제 주인공 ’조봉행’은 누구? +근황

By 연유선

한국, 홍콩, 싱가포르, 베트남 등 4개 국가에서 1위를 차지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수리남’과 관련, 해당 작품의 모티브가 된 조봉행 사건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수리남’은 남미 국가 수리남에서 활동하던 한국인 사업가가 한국인 마약상을 검거하기 위한 국가정보원의 비밀 임무를 도우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6부작 드라마다. 이 드라마는 실제 수리남에서 마약밀매조직을 만든 ‘한국인 마약왕’ 조봉행(70)의 실화를 각색했다.

넷플릭스

조봉행은 누구인가

조씨는 1990년대 말~2000년대 초까지 수리남에서 거주하면서 대규모 마약밀매조직을 운영했고 국정원과 미국 마약단속국, 브라질 경찰과의 공조 작전으로 2009년에 체포됐다.

그는 1980년대에 선박 냉동기사로 일하며 8년 정도 수리남에 거주한 바 있다. 그는 1994년 빌라 건축을 명목으로 10억 원을 사기 친 후 수사망이 좁혀오자 수리남으로 도주했다.

조씨는 이후 1995년 수리남 국적을 취득하고 생선 가공공장을 차렸다. 어업회사들에게만 면세로 제공되는 연료를 빼돌려 팔아 돈을 벌다가 수입이 줄어들자 당시 남미 최대 마약조직 ‘칼리 카르텔’과 마약 사업을 벌이게 된다.

넷플릭스

점차 거대해진 조봉행의 마약 사업

드라마는 조씨를 종교 지도자로 묘사, 그가 신도들을 마약 밀매에 이용하는 것으로 그렸다. 그러나 실제 조씨는 수리남에 체류 중이던 한국인들을 범행에 끌어들였다.

현지 물정에 어둡고 형편이 넉넉치 않은 가정주부, 조경기술자, 용접공, 결혼준비 여성, 미용실 종업원들을 주로 범죄에 끌어들였다.

조씨 조직은 “보석 원석이 든 가방을 운반해주면 해외여행도 시켜주고 400~500만원을 주겠다”며 100여 명을 유혹했다. 사실 가방에는 코카인이 들어있었다. 아무것도 모른 채 가방을 운반하다 프랑스와 페루 세관에 검거된 4명은 대서양에 있는 프랑스령 마르띠나크 교도소와 페루 교도소 등에서 1년 6개월~5년 동안 수감 생활을 해야 했다.

이처럼 한국인들을 희생시킨 그의 사업은 빠르게 성장했고 수리남의 고위 정치인, 군 관계자와도 친밀한 관계를 맺게 됐다. 심지어 수리남 대통령과도 친분이 있었다고 한다.

이후 조봉행의 마약 사업은 전 세계로 퍼져나갔고 2005년에는 인터폴 수배 명단에 올랐다.

mbc뉴스 캡처

영화보다 영화같은 조봉행 체포 과정

조씨는 일본과 마약 거래를 하면서 한국으로의 마약 공급 계획도 세웠다.

이 소식을 접한 국정원과 검찰은 2007년 10월, 조봉행 체포를 위한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수리남에는 우리나라 대사관이 없었고 조씨와 친한 수리남 경찰과 군 조직에게는 협조를 기대하기 어려웠다.

그런 그를 검거할 수 있었던 것은 수리남에서 사업을 하다 조씨 때문에 낭패를 본 K씨 덕분이었다. 국정원에 협조하기로 한 K씨는 가상의 재미교포 마약상을 대리하는 브로커로 위장했다.

이후 조씨는 국정원이 만든 가상의 마약 구매자와 2009년 7월 23일 상파울루 구아룰류스 국제공항에서 마약 거래를 약속했다.

국정원은 브라질 현지 경찰과 잠복했다. 그런데 약속시간이 넘어도 조씨는 나타나지 않았다. 비행기 탑승자 명단에도 이름이 없자 브라질 경찰은 철수를 주장했다.

이를 본 K씨가 휴대전화를 꺼내더니 조봉행 측에 전화를 걸었다. 통화를 마친 K씨는 “일정에 차질이 생겨 늦는다고 한다. 조금 더 기다리자”며 브라질 경찰을 설득했다.

이 통화는 사실 거짓이었다. 브라질 경찰이 철수하는 걸 막으려 K씨가 순간적으로 기지를 발휘한 것이다. 다시 2시간을 더 기다린 K씨 일행 앞에 조 씨 일행이 모습을 드러냈다. 브라질 경찰과 국정원은 즉시 조씨를 체포했다.

mbc뉴스 캡처

조씨는 브라질 당국의 범죄인 인도 결정으로 한국으로 압송됐다.

2011년 서울중앙지법 형사29부(배준현 부장판사)는 일반인을 운반책으로 모집해 대량의 코카인을 남미에서 유럽으로 밀수한 조씨에 대해 징역 10년, 벌금 1억 원을 선고했다.

조봉행은 출소 후 수리남으로 돌아가 현재는 조용히 지내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