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나 눈이 오나,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10시간씩 걷는 남성.
동생들에게 짐이 되기 싫어 ‘자신의 두 다리’로 당당하게 살아가는 남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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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유튜브 채널 ‘3120켤레 신발이 닳도록 걸은 남자’라는 제목으로 서상효 씨의 사연이 소개됐다.
뇌성마비 2급 장애인인 상효 씨는 영등포에서 소문난 리어카 상인이다.
그는 매일 아침 고무장갑, 수세미, 옷걸이 등 주방용품을 가득 담은 리어카를 밀며 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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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몸이 불편한 상효 씨에게 리어카를 끄는 일은 쉽지 않았다. 왼쪽 다리가 짧은 탓에 바닥에 발을 질질 끌며 리어카를 밀어야 했다.
신은 지 3일도 되지 않은 신발은 밑창이 닳아 구멍이 나 있었다. 사흘마다 한 번씩 신발을 버려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그렇게 상효 씨가 신고 버린 신발만 무려 3,120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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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하루 10시간씩 걸었다. 선유도역에서 영등포구청, 문래역, 신도림역, 영등포역, 신길역까지 총 20km의 긴 여정이었다.
그렇게 26년 동안 걸은 거리만 해도 지구 네 바퀴를 돌고도 남을 정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리어카를 끌고 다니는 그의 성실함에 어느새 동네에서 유명인사가 됐다. 그가 오기만을 기다리는 단골손님도 꽤 많았다.
상호 씨는 “나를 기다려주고 반기는 사람들 덕분에 매일 걸을 힘이 난다”며 “아는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면 기분이 좋아져요”라고 웃으면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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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위험한 순간도 많았다. 긴 횡단보도를 신호에 맞춰 건너는 일도, 사이사이 좁은 골목길을 헤치며 나아가는 일도 몸이 불편한 상효 씨에게는 쉽지 않았다.
상효 씨는 불편한 몸으로 왜 매일 걷는 것일까?
선천적인 장애로 10년이 넘는 세월을 집에서만 보냈던 상효 씨는 88올림픽 때 손수레를 끌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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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효 씨는 “부모님께서 다 돌아가시면 동생들한테 짐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며 “내 힘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걸 동생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열심히 일해 모은 돈으로 부모님의 환갑잔치를 멋지게 해드렸을 때 가장 기뻤다고.
상효 씨는 마지막으로 “혼자 걸을 수 있고 세상 속에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지금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며 “대한민국 사람들이 바라는 것이 다 이루어졌으면 좋겠다”고 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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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효 씨의 사연은 지난 2014년 1월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에서 처음 소개됐다.